마음이 지나간 자리 9화
멀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그리움이다
세월이 흘러도 아련히 마음을 적시는 작은 추억들이 있다. 그것들은 어느새 내 마음속에 그리움이 되어, 불현듯 떠오를 때마다 따스한 온기를 남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곳을 향한다. 지금도 문득 생각난다.
3년 전, 영주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나를. 고향을 떠나 2년 동안 객지의 사택에서 지내며 보냈던 시간은 참 특별했다. 그때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냈을 뿐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참 좋았구나” 하는 마음이 더 짙어진다. 아마도 그리움이란, 이렇게 뒤늦게 찾아오는 감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함께했던 사람들이 좋았다. 백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일했다. 서로의 온기가 모여 만들어낸 그 공기 속에는 늘 웃음이 있었다.
나는 커피를 좋아해 종종 카페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곳에서는 직책도, 형식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샤느레 정원 카페’는 잊을 수 없는 장소다. 연중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그 풍경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었고,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그리고 저녁이면 아내와 함께 서천 둔치 뚝방길을 걸었다. 하늘빛이 서서히 어둑해지고, 강물 위로 반사된 불빛이 반짝이던 그 시간들. 뚝방길을 따라 걸으며 읽었던 명언 문구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그대의 걸음마다 꽃이 피어라.”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그 문장들은 단순한 글귀가 아니라, 그때 우리의 마음을 닮은 이야기였다. 이제 그 길을 다시 걸을 수는 없지만, 그곳의 공기와 풍경,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 쉰다. 그리움이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언제든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나의 가장 따뜻한 순간’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함께 걷던 서천 뚝방길,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했던 가장 빛났던 나의 하루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