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순간들이 하루를 수놓을 때

하루치의 따뜻함 02

by 전태영
<하루치의 따뜻함,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2025년 여름, 퇴직을 앞둔 오후의 교실에서 시작된 기록. 하루하루 적어 내려가는 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잔잔한 온기로 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루치의 따뜻함’을 이어 적어봅니다. 잠시 머물고 싶은 날, 이곳에서 따뜻한 숨결 하나 얻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오늘의 곡 - 바람의 노래(포레스텔라)


오후 시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북천 고수부지를 걸었다. 초여름의 햇살은 적당히 따사롭고, 바람은 잔잔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때때로 멈춰서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걷다 보니 중간쯤 되는 지점에 흔들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여기 잠깐 쉬자.” 아내의 말에 함께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유튜브를 보고 있었고, 나는 브런치북 앱을 열었다. 연재 중인 내 글을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날도 역시, 라이킷 수를 확인하기 위해.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내가 쓴 글인데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가 ‘1’이라는 숫자에 마음이 들뜨고, 플러스된 한 사람의 흔적에 괜히 혼자 흐뭇해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조용한 자리에서, 누군가가 다녀갔다는 그 조용한 표시에 나는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한 작가님의 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고맙다’는 말을 잘 전하는 사람인가요?


끌리는 제목에 자연스레 글을 클릭했다. 그 안에는 마음을 잔잔히 두드리는 문장이 있었다.


“고마워요. 살다 보면 고맙지 않은 일도 있다.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고마운 걸 찾기 시작하면 고마운 일은 끝없이 생긴다. 지금 건강하니 고맙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행복이라 더 고맙고, 고마움을 전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고인 물이 되어버린다. 고마움은 전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 글이 너무 좋아, 곧바로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남겼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왜 고마운 줄 모르고, 또 고맙다는 말을 참 인색하게 하는 걸까요.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이제는 ‘고맙다’는 말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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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동을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쉬워 가족 단톡방에 글을 캡처해 올렸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단톡에 올리자마자 가족들의 반가운 반응이 쏟아졌다. “아빠가 댓글 단 거야?” 딸이 물었다. “그래. 브런치에선 내 글도 중요하지만, 다른 작가들의 글에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도 소중하단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모든 관계는 상호보완적인 거야. 일방통행으로는 오래 가지 못해. 소통이 없으면 호응도, 지속성도 없어지는 거니까.” 이 순간, 내 안의 ‘끼’가 슬슬 발동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넌센스 퀴즈 하나를 던졌다.


“라면 중에서 가장 고퀄러티 라면은?”
온 가족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딸: 뭐지? 우리라면? 땡큐라면?


아들: 함께라면!


사위: 우리함께라면?


아내: 예스라면~ ㅋㅋㅋ


내가 생각한 정답은 바로 “함께라면”이었다. 왜냐하면, 브런치북이라는 공간도 우리가족이라는 공간도, 결국 ‘함께’일 때 진짜 빛나기 때문이다. 각자의 빛깔로 글을 쓰고 각자의 방식으로 감동을 주지만 읽고, 공감하고, 반응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이다. 그렇게 ‘함께라면’ 우리 모두는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이벤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퀴즈 뒤엔 꼭 보상이 따른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작은 상금 이벤트를 열었다.


최우수상: 함께라면 – 아들 (30,000원)

우수상: 우리함께라면 – 사위 (20,000원)

장려상: 우리라면 – 딸 (10,000원)

가작: 예스라면 – 아내 (물회)


결국 작은 퀴즈 하나로 가족 모두가 웃고, 반응하고, 상금을 나누는 따뜻한 하루가 완성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 새삼 느꼈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가볍게 나눈 농담, 함께 웃은 시간, 작은 인정 하나가 하루를 환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내가 행복한 것보다 내 곁의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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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께 라 면’

조용한 하루도, 어느새 따스해진다. 어느 편의점에서도 살 수 없는, 특별한 라면.

누군가에게 작은 웃음을 건넬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다.

나로 인해 온 가족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함께라면’이 전해주는 진짜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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