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한 달 정도 아기가 어린이집을 쉬기로 결정했다. 면역력을 키우며 회복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또 감기에 옮아 10일째 약을 먹으며 호전 중에 있는 아기. 두 모자가 안쓰러웠는지 친정엄마는 오셔서 나와 교대로 아기와 자며 하루하루를 함께 버텨주고 계신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피곤하고 지쳐서 엄마께 양해를 구하고 낮잠을 잤다.
삼십 분쯤 잤을까? "똑똑!" 입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 깼다. 방문을 열어보니 산책 간다며 나갔던 아기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달려 들어와 내 눈앞에 서있었다. 그러면서 뒤에 숨긴 두 손을 살포시 내 앞으로 들이 낸다. 그 작은 두 손으로 작은 꽃 한 송이를 내밀며 환히 웃는 아기의 모습. 나의 모든 피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달아났다.
산책을 좋아하는 아들이 할머니 손을 잡고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밭에 떨어진 꽃을 발견하고 '엄마 가져다주자'는 할머니의 말씀에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달려왔다는 부연설명에, 그리고 내 앞에 서있는 너의 모습에,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올곧은 너의 마음이, 앞만 보고 달려온 너의 마음이 전부처럼 와닿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런 말없이 아무런 설명 없이 그 소중한 꽃을 가장 소중한 일기장 사이에 테이프로 꽁꽁 박제하듯 붙여 놓았다.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세 살. 너무 예쁜 요즘 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다. 맛집에 가서 말로만 듣던 음식을 눈앞에 두고서도 예쁜 카페에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웬만하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 아름다운 건 눈에 간직해야 한다는 (얄궂은?) 신념으로 늘 감상만 하던 내가 요즘엔 계속 너의 모습을 담게 된다. 고운 아기의 모습과 눈에 가득 담고 싶은 그 해맑은 미소가 네가 내 나이가 돼도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내 나이가 어떤지 '나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하고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보니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아 어색한 미소만 지어질 뿐 조금씩 슬퍼진다. 그래도 좋다. 보석 같은 너의 지금 모습을 하루종일 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아기가 어린이집 등원을 쉬고 있어서 내 몸은 좀 더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좋다. 집에서 바쁘게 놀며 "엄마 좋다, 같이 같이"를 외치며 내 손을 끌고 다니는 너를 보며,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크자'는 말만 반복하여 되새길 뿐이다. 네게 받은 꽃 한 송이는 지금까지 받아 본 꽃 중 가장 작은 꽃이었지만, 그 감동은 오늘까지 받아 본 그 어떤 꽃다발로 인한 것보다 단연 가장 크고 깊었다. 행여 그 감동이 사라질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