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드는 마음은 '미안함'이다. 누구에게? 우리 아기, 포테이토 칩에게 말이다. 육아 번아웃이 온 것인지, 내 일상에 대한 번아웃이 온 것인지, 날까지 더워 나는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더위를 먹은 듯하다. 하루만 가만히 있으면 쌓여버리는 빨랫감처럼, 단 하루라도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해야 할 많은 것들이 쌓여버린다. 지치고 힘든 마음에 풍성한 마음으로 아기를 사랑해 주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29개월,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이 시기에 잘 성장하도록 옆에서 호흡해 줘야만 하지만 나는 아기의 높은 목소리에 지쳐버린 듯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는 것이 미안함으로 조금씩 쌓여 네가 나에게 올 때면 나는 조금 버겁기까지 하다. 그래서 미안함이 깊어져감을 느낀다.
한편, 우리는 성장하고 있음을 알고 믿는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주행하고 있지만, 잠시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하며 불안하기도 하지만, 우린 분명 웃으며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이 시기를 잘 지나가야 한다. 사랑하는 나의 포테이토 칩은, 요즘 정말 잘 크고 있다. 그렇게 잘 먹던 밥을 골고루 먹지 않아도 어느 때보다 아프지 않고 크고 있고, 말은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새로운 마음을 표현할 때면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창문을 바라보며 "엄마, 대체 어디야?"라고 혼잣말하는 너의 모습, "엄마, 어디 아파?" 나를 걱정하는 너의 마음, "엄마, 잠이 안 와" 너의 상태를 표현하는 기특한 너의 성장, "엄마, 많이 사랑해" 사랑의 따뜻함을 알아가는 그 애틋함에 서른둘의 나의 시간은 너라는 굵디 굵은 색으로 칠해져만 가고 있다.
"더 잘해줘야지."라는 말은 지키지 못할 다짐인 것을 이제야 깨닫지만 그 마음은 순간의 힘으로 발현될 수 있기에 나는 이 애꿎은 다짐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