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의 크기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by 숲속의조르바


과거 쌀이 부족하던 시절, 정부는 쌀과 보리의 비율, 그리고 식당에서 파는 공깃밥의 크기까지 엄격하게 정하고 통제했다고 한다.


이제는 배를 곯는 시절도 아닌데 그 시절의 기준은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굳어져 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 크기에 완벽하게 길들여져서 당연하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배급제로 쌀을 공짜로 준다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공깃밥 1인분의 기준을 누가 감히 정한 것일까. 여러 사람을 먹여 본 결과 배가 부른 통계일까. 영양학적으로 충분한 기준치일까. 이 정도만 먹으면 적당히 죽지 않을 정도인 걸까. 그만큼의 양으로 먹어야 나라의 곡간이 거덜 나지 않는다는 걸까.





문득 내가 정하지 않은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잔이라 하면 대개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와인잔도 그렇고 먹걸리 사발들의 크기도 대략 비슷하고 커피잔들의 크기도 그러하다.


표준인지 권장인지, 혹은 통상일지 모를 크기에 길들여진다.



아직도 밥을 왜 하루에 세 번 먹어야 하는지 모른다.


기왕 누군가 정해주는 김에 적정한 1인분 용량의 감정 기준도 정해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일종의 감정권장사용량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 혹은 최소사용량의 권고 수준도 알려주면 좋겠다.


일주일에 몇 번 웃어야 하는지.

한 달에 몇 번 울어야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얼마나 오래 슬퍼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