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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읍 어느 카페 앞
오래전 제주 동쪽 바닷가를 걷다가 어느 작은 카페 앞 나무 울타리 벽에 이런 말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 두었다.
네가 떠나도 네가 될 누군가가 올거야
당시 저 글을 보고 아마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보란 듯 써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람과 다르게 누군가 나를 떠나갈 때는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어쩌면 소용없는 붙잡는 말보다 저 말이 나를 더 위로하고 상대를 하찮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소심한 복수의 말이 되거나 혹은 덤덤하게 시간의 순리를 통찰하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었고 대개는 그리 되었다.
당장 안타까운 헤어짐과 가질 수 없는 고통들에 극복의 주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장기하는 그랬다. 별일 없이 산다고.
한때 무너져 내렸지만,
잠시 허우적거렸지만,
그럼에도 별일 없이 산다.
모두들 별 일 없이 잘 산다. 쭈욱 잘 살 거다.
네가 가도, 누군가 올 거다.
내가 가도, 누군가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