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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노란 점

제주 모살 by 새솔작가

by 숲속의조르바



보이저 1호 발사의 책임자였던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날 즈음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뒤로 돌려 마지막 사진을 찍어 전송하게 했다. 우리의 고향, 보이저호의 고향 지구를 찍게 한 것이다.


흰색 원 안의 잘 보이지도 않는 검은 우주의 작고 희미한 먼지들 속에 지구의 모습이 담겼다.

< 출처 : 미항공우주국, 1990 >


그의 책 [창백한 푸른 점] 서문에는 아래의 글이 있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한 번이라도 들어봤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점 위에서 살았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수천 가지의 신앙, 이데올로기, 경제 정책,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모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소작인,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자와 탐험가, 모든 도덕적 스승들, 모든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위 지도자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신성한 사람들과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 저 햇살에 떠 있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무작정 내려가서 지냈던 제주에서 열었던 술집 모살은 스무 평이되지 않은 작은 공간이었다.


섬 속의 섬처럼 멀찍이 떨어져 살면서 친구와 가족으로부터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서인지 종종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꼈다. 저 서문처럼 온갖 텃세로 힘들기도 했고, 즐거운 순간도, 화가 치민 순간도, 외로운 시간들도 범벅이 되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로부터 마음이 쿵 내려앉는 듯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심할 때 종종 지도의 항공뷰를 보는데 모살을 보니 노란 편지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고.


정말 찾아보니 노랑의 지붕이 고이 접은 편지 봉투처럼 보였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계속 편지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계속 편지를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디작은 공간 모살은 저 희미한 푸른 점, 아니 창백한 노란 점이었다.


이 작고 희미한 점, 모살을 전국 각지에서 우연한 왔던 손님들이 종종 안녕과 안부를 궁금해했고 그리워해줬었다.


어찌보면 그들은 제각각의 보이저호였을 것이고 무한히 많은 별들 중에서 우연처럼, 혜성처럼 모살을 스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모든 공간은, 모든 글은, 모든 사람은 푸른 점이 된다. 누구나 하나의 우주가 되고 별이 된다고 믿는다.


행여 아주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내가 여기 살아 있으니 온 힘을 다해 반짝여봐야겠다.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거야.
아저씬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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