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세상
아주 깊은 산속의 암자에서 노스님이 동자승 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이른 봄날, 스님은 동자승 둘을 아주 아주 먼 곳에 데려가서는 각자 알아서 암자로 잘 돌아오면 상을 내리겠다고 하고는 떠났다.
첫 번째 동자승은 스님이 내리겠다는 상이 너무 받고 싶고 궁금해서 쉬지 않고 암자를 향해 걸었다.
비가 와도 날이 더워도 잠자고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암자로 향했다.
두 번째 동자승은 달랐다.
비가 오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 쉬고, 날이 더우면 마을의 느티나무 아래에 모인 노인들과 인사도 나누고 수박도 먹고,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낮잠도 잤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밥을 주면 그 집에서 잡일도 돕고 그들이 청하면 며칠이고 어울려 잔치도 하고 춤도 추며 어울려 머물렀다.
첫 번째 동자승은 첫눈이 오기 전에 야위고 지친 몸으로 암자에 도착했다. 그런데 두 번째 동자승은 겨울을 지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도 암자에 도착하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동자승이 스님에게 선물이 뭐냐고 재촉하고 물어도 스님은 두 번째 동자승이 오면 그때 말을 해주겠다고만 했다.
두 번째 동자승은 서리가 내리고 나서야 도착했는데, 깨끗한 옷을 입고 살이 통통하게 찐 밝은 모습이었다. 첫 번째 동자승은 그가 게으름을 피우느라 늦었다 생각한 동시 그의 좋은 행색이 의아했다. 노스님은 두 번째 동자승을 나무라거나 왜 늦었는지 묻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노스님은 두 동자승을 불러 앉혀놓고 물었다.
절로 돌아오면서 무엇을 보았느냐?
첫 번째 동자승은 자신이 더 한참을 앞서 왔기에 큰 선물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자신감에 차 말했다.
"저는 암자가 있는 봉우리만을 바라보며 쉬지 않고 왔습니다."
두 번째 동자승이 말했다.
"저는 개울에서 노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보았고, 그네들도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보였지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아주머니의 거친 손을 보았고, 해진 제 옷을 꿰어 주는 할머니의 뭉그러진 손톱과 굽은 등을 보았습니다. 애써 일군 밭이 장마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며 통곡하는 젊은 아비의 서러운 눈물도 보았습니다. 절에서는 보지 못했던 마음 아픈 일들, 신나는 일들이 가득해서 그것들을 보느라, 그 모든 순간들에 그들이 함께 잡아끄는지라 일찍 오지 못했어요.”
노스님이 말했다.
너희들이 본 것이, 곧 너희에게 내리는 상이다.
스님들이 겨우내 골방에서 수행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대충 지어낸 이야기이다.
나는 무엇을 보며 살고 있으며, 어느 곳이라도 진득하게 지향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기웃거리느라 허투루 떠돌고 방향조차 잃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