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제주 서쪽 하늘 무한대의 평행선
세상의 맛집 숫자는 세상의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도 오랜만에 들러서 먹는 어머니의 집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어머니가 주신 김장 김치를 꺼내 먹다가, 언젠가는 엄마의 김치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할 때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신경 써서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이것은 어머니의 세월도 함께 가는 것이라 미루고 멈추고만 싶다.
김장 김치는 해를 넘겨도 묵은지로 먹을 수 있어서 아끼고 아껴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그것도 소진할 것이고 마지막 포기는 결국 먹지 못할 거라는 생각까지 치달으니 냉장고를 연 채 눈물을 찔끔했다.
연로한 몸으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 얼마나 버겁고 힘드실지는 알지만, 철 못 들고 불효자라도 계속 김치를 담가 주셨으면, 그 김치를 오래오래 먹었으면 한다.
마지막 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