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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낙타들

경기도 분당 , 어느 거리의 불빛 방울

by 숲속의조르바


낙타는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을 가로지른다.


말보다는 느리지만 오히려 느린 덕에 말보다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유순하고 지구력이 좋으며 건조한 사막 기후에 견딜 수 있게 진화된 신체 덕에 고대 시절부터 훌륭한 이동 수단으로 쓰였다.


낙타가 없었다면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도 없었을 것이고, 피라미드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낙타는 미련하고 우직하게 고삐를 쥔 주인의 기대를 어기지 않고 꾸역꾸역 기어이 길고 험난한 여정을 책임졌을 것이다. 낙타의 평균 수명은 4-50년쯤 된다고 한다. 낙타가 나이가 많아지면 주인은 고생한 낙타에게 고삐를 빼고 평안한 여생을 보장해 주었다는 것을 본 적 있다. 일종의 정년 퇴직인 동시 노후 보장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고삐를 풀지 못한 채 등이 잔뜩 굽은 낙타들이 여전히 힘겹게 수레를 끌고 있다.


가장 화려하고 휘향찬란한 도시의 뒷골목, 차갑고 황량하고 힘겨운 사막에 살고 있다.


처량한 눈물이 그렁한 멀거진 그들의 눈동자에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색색의 눈물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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