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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Feb 09. 2024

18화: 다시 길 떠난 치즈들

다시 길냥이로 돌아가는 치즈 1호와 오지 않는 치즈 2호

#1. '치즈 1호'가 없는 자리엔 '블랙이 3호'가

치즈 1호(오른쪽은 처음 왔을 당시)

'치즈 1호'는 '턱시도' 다음으로 우리 집에 온 아이로 거의 1년이 되어 갑니다.(3월이면 1년) 신기하게도 

'턱시도'와 같이 데크 중앙을 터전으로 삼고 밥을 먹고 살았던 아이로 무슨 사연인지 '턱시도'가 먼저 자릴 

잡고도 '치즈 1호'를 같은 영역에서 살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들은 무리동물도 아니고 모자 사이라도 젖만 떼면 독립해서 따로 산다는데 이 둘은 신기하게도 데크 중앙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가끔 '턱시도'가 심술을 부리며 냥펀치로 '치즈 1호'를 때리기도 했으나 먹을 걸 줄 때 '턱시도'는 먹다가도 

'치즈 1호'가 머릴 내밀며 들어오면 먹다가도 양보를 하곤 했습니다.

그 후 '치즈 1호'는 데크에 올라오는 다른 냥이들을 물리치고(턱시도와 함께)이 중앙을 굳건히 사수했는데 

웬일인지 지난겨울 집을 나가 한동안 안 들어와 걱정을 시키더니 다시 돌아온 후엔  들락날락하면서 점점 

안 들어오는 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겨우 들어와서 밥을 먹고는 또 며칠은 나가서 안 들어오고.... 

(길냥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건지....) 날이 풀려 다행이긴 합니다만 좀 걱정되는 건 건강 상태입니다. 

외형상으로는 다행히 눈곱도 없어지고 귀뒤 피부병으로 긁어 피가 나고 털도 지저분한 상태는 벗어났는데 

문제는 가끔 토합니다. 아무튼 일단은 이 애에겐 잘 먹이려 했습니다.

(물론 먹는 것 만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잘 먹여서라도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이지만 다른 애들 보다는 신경이 더 씌었던 애였습니다(일단 외모는 좋아졌습니다)

어디든 가서 잘 먹고 또 어디 가든 애들과 싸우지 말고 다치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현관 안에 들어와 자릴 잡은 블랙이 3호

그러다 보니 '치즈 1호'가 없는 사이 요즘 데크 중앙인 현관은 막무가내 '블랙이 3호'가 와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합니다. 그 앤 여기서 살 생각은 없어 보이고 그저 와서 깽판만 치고 가는 줄 알았더니 요즘 

와서 자고 먹고 하는 걸 보면 정말 데크중앙을 노리고 있었던 게 맞나 봅니다. 웃픈 건 턱시도입니다.  

그 애가 올 땐 '턱시도'는 안절부절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밥 먹는 걸 보기만 하고... 

심지어 현관에서 잠도 자고 가는 걸 '턱시도'는 밖에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2. 치즈 2호가 떠난 자리엔 모든 애들이 와서 밥 먹는 곳으로

치즈 2호(오른쪽은 처음 왔을 당시)

'치즈 2호'도 작년 봄쯤에 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 애는 데크 중앙으로 오지 않고 데크 오른쪽으로 와서 자릴 잡았습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먼저 자릴 잡은 '턱시도'와 '치즈 1호'와는 영역이 겹치지 않아 싸우지 않고 지냈습니다만... 오른쪽인 이 애의 구역에 밥이 없을 때 중앙으로 오면 그때는 '치즈 1호'와 대치를 하며 둘이 싸우려 합니다. 그때 밥을 주면 이 애는 순순히 물러나 자기 구역으로 갑니다. 

아주 신사 같은 아이죠... 아이도 아침, 저녁으로 꼬박꼬박 와서 밥을 먹지만 애는 아직도 하악질을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가까이 가지 않고 간식도 못주고 밥만주고 물러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손길은 허락하지 않고 가까이 가는 건 가만히 있더군요... 그때 간식도 주고 추르도 주었더니 잘 받아먹었습니다.

(얼마나 요란하게 츄르를 먹던지....) 그래도 하악질은 여전합니다. 괘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가을까지는 결석도 없이 정확하게 아침, 저녁에 밥을 먹고 갔습니다. 

그러다 지난가을 며칠 안보이더니 다시 나타났을 땐 다리를 다쳐서 절며 왔습니다. 

오른쪽 다릴 들고 다니더군요. 그러니 먹이 활동을 제대로 했을 리 없고 밥주니 허겁지겁 먹는데...

얼마나 안쓰럽던지... 그렇게 다리를 절면서도 밥 먹으러 잘 왔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다리는 다 나았고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거의 두 달 만에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안 올 땐 어딘가 가서 자릴 잡았나? 혹시 나쁜 일이 생긴 건가? 별별 걱정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반가웠는데 밥을 먹고는 사라져 또 안 옵니다. 

애는 다른 동네에 터를 잡은 건지 오래간만에 와서 안부만 전하듯 와서 한 끼 먹고는 또 떠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애의 구역이었던 데크 오른쪽은 여러 아이들이 와서 밥을 먹고 가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두 군데 밥을 주는데 아침, 저녁 두 번 다 싹싹 비워져 있는 걸 보면 아마도 옆집에서 건너오는 '블랙이 0호'와 새로운 아이 '삼순이' 요즘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밥을 먹고 도망가는 '블랙이 2호'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애들이 와서 밥을 먹는 곳이 된 것 같습니다. 뭐 누구든 배고픈 애들이 와서 먹고 갔으면 좋겠고

안 오는 '치즈 2호'도 어딜 가든 배곯지 않고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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