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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Nov 24. 2023

4화: 길냥이들의 겨울나기

긴 겨울의 시작에서 아이들은

11월인데 겨울이 돼버렸습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더 빨리 겨울이 오는가 봅니다.

길냥이 들의 최대 고비 계절입니다.  

우리 집에 오는 냥이들은 대부분 밥때 찾아와 밥을 먹고는 돌아갑니다.

8마리 아이들 중 한 아이(치즈 1호)는 정착해서 현관 앞에서 살고 있고 작년 이맘때 와서 터를 잡고 살다시피 하는 턱시도는 잠만 다른 데서 자고 거의 대부분을 현관 앞 데크에서 살고 있으며 치즈 2호와 호피, 그리고 자두네 집 지붕 위로 오는 블랙이 2호는 정확하게 밥때가 되면 나타 밥을 먹고 갑니다

그중 호피는 자두네 집에서 머물며 장난도 치고 쉬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이상한 빌런 턱시도 2호와 데크 중앙을 차지하려 올 때마다 치즈 1호와 턱시도와 신경전을 벌이는 벌이는 

블랙이 3호와 최강신예... 이 세 아이들은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여하튼 자기들이 오고 싶을 때 왔다가 밥만 먹고 가는 애들입니다.


그런데 아픈 애까지 생겨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다리를 다친 치즈 2호는 조금 나아져 딛기는 하지만 아직 

절기는 하고(그전엔 아예 들고 다녔었습니다) 상처가 심했던 치즈 1호의 귀 뒤도 아물어 분홍색 살이 났습니다. 또 긁어대면 또 벗겨지고 피가 나겠지요만... 02화 2화: 겨울, 아픈 냥이들 (brunch.co.kr)


아무튼 이 아이들이 겨울을 잘 나야 할 텐데....

이 아이들, 자기들이 머물 공간이 어딘가 있는지, 어디서 자는지... 참 궁금합니다

현관 안쪽에 잠깐씩 들어와 쉬는 애들과 집을 마련해주어도 안들어가는 애, 박스를 놔뒀더니 거기 들어가 있는 애

턱시도는 어딘가에 집이 있는지 밥 먹고 놀고 쉬고 할 땐 데크나 현관에 있다가 밤이 되면 자러 갑니다.

그러다 날이 추워져서 현관안쪽에 댕댕이용 카시트를 깔아주었더니 치즈 1호와 둘이 거기 올라가 쉬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집에 터를 잡고 사는 치즈 1호입니다. 이 애는 10월, 밤이 되자 추워져도 데크에서 웅크리고 자길래 처음엔 임시로 나무박스를 두었더니 거기 들어가 자는 듯해서 놔두었더니 거기 며칠 들어갔는데 

별로 맘에 안 들었는지 다시 밖에서 살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에서 길냥이용 집을 사다 그 나무 박스 위에 놓아주었는데도 안 들어가고 사진처럼 저렇게 밖에서 웅크리고 잡니다. 그러더니 다행히도 더 날씨가 추워지자 저 고양이 집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그래도 한 겨울엔 어찌할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현관 밖 

데크 위에 박스를 두었더니  턱시도가 냉큼 들어가 앉아 있습니다. 저긴 추위를 피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고양이들이 박스를 워낙 좋아하니 들어가 놀라고 둔 것입니다. 


자두네 집 지붕위에 오는 블랙이 2호는 겨울비를 맞고 밥을 먹고 최강 신예는 오자마자 현관까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밥만 먹으러 오는 애들도 비가 오는 날엔  오지 않는 애도 있고 저 블랙이처럼  비를 

맞고도 나를 기다리는 애도 있는 겁니다. 

저 블랙이 2호는 비가 오는데 지붕 위에서 나를 기다리며 밥을 달라길래 일단 우산을 받쳐주고 밥을 

주었습니다. 이 애는 밥을 먹고 나면 어디론가 돌아갑니다. 잘 데가 있나 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저 지붕 위에 블랙이 2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다.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지만...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각 아이들에게 저녁을 주고 자두와 산책을 나갔습니다. 물론 호피도 따라 나갔고요...

그렇게 30여분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지붕 위 블랙이 2호가 없어서... 

'밥을 다 먹고는 자기 집으로 갔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가서 보니 밥그릇과 물그릇에 피가 흥건한 겁니다

기겁을 해서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보니 물그릇에 피가, 밥그릇에도 피가 사료와 함께 흥건합니다

바닥이며 주변에도 유혈이 낭자한... 마치 끔찍한 범죄현장처럼요...

너무나 끔찍하고 놀랐는데 블랙이는 없고... 걱정되고 불안한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바닥이건 밥그릇이건 피가 흥건하다는 건 아주 끔찍한 싸움? 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데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역시 블랙이 2호는 안 나타나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저녁이 되자 나타났는데 일단 외관으로는 멀쩡 한 겁니다.

다시 나타난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해서 밥을 주고 통조림도 주고 했는데 이 아이를 만지려 하니

의외로 머릴 내밀며 터치를 허락하는 겁니다. 머릴 쓰다듬어 주는데 느낌이 매끄러운 털이 아니라

뭔가 털에 묻어서 같이 굳어 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며칠 전 사건이 떠올라 이거 피가 굳은 건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검은 털이라  구분이 안됩니다) 

여하튼 다시 와서 밥을 먹는 걸 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고요... 

외모상으로도 딱히 상처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그날의 사건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 3마리 아이들은  맨 왼쪽 애는 최강신예입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현관 안에 들어와 기존의 턱시도 1호와 치즈 1호와 어울려 놀고 있습니다. 

이 애는 며칠에 한 번씩 나타나 현관에서 애들과 놀거나 밥을 먹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 애도 어딘가에 잘 집이 있나 봅니다.

비 오면 치즈 2호는 오지 않습니다(지금은 다릴 다쳐 그나마 며칠엔 한 번씩만 옵니다.)

걱정은 이 터줏대감 같은 이 두 아이들 입니다.

그리고 터줏대감인 턱시도 1호와 치즈 1호는 겨울이 되어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고 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해도 이 애들은 가끔 들어오긴 하나 현관 안에서 살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라 

그런지 현관 안에선 잠깐씩 쉬러(?) 들어오긴 하지만 잠을 자거나 자릴 잡고 살려는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냥 현관 밖이 더 좋은 건지....

그렇게 해서 이번엔 중문도 조금 열어 두었더니  살짝 들어와 각자 깔개 위에서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잠을 잡니다. 밖 추운 데서 웅크리고 쪽잠을 자다 따스하니 아마도 잠이 왔나 봅니다.

그런데 두 녀석 다 그렇게 짧은 시간 잠을 자더니 둘 다 홀연히 나가 버립니다.

초저녁에 들어와 잠깐 자다 두 녀석 다 홀연히 나가버리더군요... 야행성 동물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집 안이 

아직은 자기들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한 밤이 되자 그냥 나가버립니다. 

그래서 그 후엔 현관 안쪽 발판깔개를 좀 더 안쪽으로 두었는데 거기까지 안 들어오고 역시 문 앞에 머물다 

그냥 나갑니다. 애들이 간을 보는 건지... 집안 깊숙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애들이 들어왔을 때 문을 닫아 놓으면 문가에서 냐옹거리며 불안해서 열어주면 도로 나갑니다.


암튼, 다행인지 집 안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잘 들어 오려하지도 않습니다

양심이 있어 그런 거다... 또는 아직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라 경계심을 풀지 않은 거다...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만 이 녀석들은 집안에 머물려는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겨울나기... 이제 시작인데.... 이 애들을 어찌 겨울나기를 하게 하나 생각이 많아집니다.

물론 얘네들이 집에 들어와 따뜻한 실내를 맛보고 이렇게 좋은 곳을? 이라며....

따뜻한 맛을 알아버리고 이젠 실내에서 살겠다고 할까 봐 걱정도 됩니다.


이 겨울, 무사히 겨울을 나고 건강하게 봄을 맞이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뿐입니다.

에구 근데 겨울 시작입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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