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냥이 호피
호피에게도 겨울은 왔습니다. 모든 길냥이들에게 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요...
그중 이 호피는 좀 특별합니다. 내게는....
이 아이는 자두와 산책을 나갈 때 꼭 따라 나옵니다.
처음엔 내가 없을 때 턱시도의 공격 때문에 따라 나온 거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테지만 요즘 호피를 보면 무조건 내가 자두와 나갈 때면 미리 나갈 준비를 하거나
밥을 먹다가도 따라 나오는 걸 보면 이게 루틴이 돼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겁니다.
혹은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은데 영역 동물인 고양이 호피는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게 무섭고(?)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자두와 내가 가는 길에 따라 나와 새로운 영역에 가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4화 [#14: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1. 멀리 더 멀리...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가게 되는데 일단 동네 사람들이 하나같이 신기해하는 반응과
이 애가 자기 영역을 벗어나는 범위가 점점 늘어난 다는 것입니다.
일단 만나는 사람들은 '이 애도 아저씨네 고양이예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곤 이 애가 길냥이란 걸 알면 더욱 신기해하죠..
그리고 호피는 영역 동물답게 일정거리까지만 나오고 나머진 알아서 돌아가거나 우리가 올 때까지
헤어진 자리에서 우릴 기다리는 겁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대개 아침엔 큰길까지 나가는 길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이건 자두가 선택하는 길입니다.
그러면 호피는 그 갈림길까지 또는 조금 더 50m쯤 까지 따라와서는 더 이상 오지 않습니다.
총 300m~350m쯤 까지 따라옵니다. 그리고 자두와 내가 반환점까지 가서 돌아오면 그 자리에서
우릴 맞이하곤 폴짝폴짝 뛰며 나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신기한지...
그렇게 같이 돌아오는 길, 보이지 않으면 내가 '호피야~'하고 부르면 옆 풀숲에서 또는 나무 뒤에 있다가
폴짝 뛰어 옵니다. 어떤 날엔 그 자리에 앉아 우릴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신기하고 귀엽고 이쁩니다.
그러곤 자두에게 장난을 걸며 치근덕 거리는데(반대로) 자두는 완전 개무시...입니다.
자두 다리 사이로 쏙 들어갔다 나오고 요리조리 자두 다리 사이로 드나들며 자두 관심을 끌어 보려 하지만
자두는 영 관심 없어합니다. 집에선 그렇게 자두가 호피에게 장난을 걸어도 피하거나 싫어하는데 밖에
나오면 완전 180도 달라져 거꾸로가 됩니다.
호피는 다른 가족이 자두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도 따라나가서 어떤 지점까지 가서 기다리다 같이
되돌아옵니다.
#2. 새로운 곳... 두려운 곳....
그리고 저녁 산책은 대개 큰길에서 좌회전하여 마을회관으로 돌아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코스인데
이 코스로 가면 호피는 더 이상 좇아오지 않고 돌아갑니다.
이 코스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분이 좀 넘는 코스인데 이때 호피는 불러도 안 오고 돌아갑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호피는 이길로 200m쯤 쫓아왔습니다.
그리곤 사라지곤 했는데 어떤 때는 마을회관까지 따라오기도 합니다.
여기가 딱 중간정도인데... 어두운 시골길을 따라오다 대개는 그냥 돌아갔는데 가끔은
마을 회관을 돌아 윗마을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윗마을에선 좀처럼 움직이질 않습니다. 무슨 일인지 거기선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는 겁니다.
아마도 다른 애들 구역이라 그런지... 개가 짖는 동네라 그런지...
애가 길옆에서 꼼짝없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겁니다. 거의 2/3쯤 와서 그럽니다.
집까지는 300m쯤 남았는데 이 애가 도대체 움직일 생각이 없습니다.
안아서 잠바 안에 넣고 가려했더니 할퀴고 난리가 아닙니다.
결국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하고 자두를 되돌려 왔던 길로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도전.... 역시 그 동네선 더 이상 가지 않고...
그렇게 몇 번을 그러더니 드디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코스를 완주(?) 했습니다.
그간 이 애의 행태를 보니 그 동네 고양이가 있으면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날은 그 동네 고양이가 추워선지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개 호피는 자기가 갈 곳까지 가서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데 이렇게 동네를 돌아오는 코스에선
자기가 더 이상 가지 않으면 되돌아가고 한 바퀴 코스가 아닌 되돌아오는 코스에선
이 애는 그 자리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가 쨘~~ 하고 나타나 같이 돌아옵니다
그럴 땐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또는 기다리던 자리에서 안 보일 때 '호피~~~' 하고 부르면 짠하고 나타나기도 하고
후다닥~ 달려오는 게 정말 자기 이름을 아는 것 같기도 합니다.
때론 좀 더 새로운 산길로 올라가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호피와 함께요...
산길로 갈때도 역시 따라옵니다.
어쨌든 호피는 하루 두 번씩 꼬박꼬박 산책하는 냥이가 되었습니다.
둘은 한낮에 같이 햇빛도 쪼이고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호피는 이 자두네 우리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만
이 겨울, 날씨가 더 추워져도 저렇게 와서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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