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맘씨 좋은 자두언니, 누나? 와 붙임성 좋은 호피??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자두네 집은 이 동네 길냥이들의 놀이터 겸 식당 겸 전쟁터가 되어 갑니다.
호피가 와서 자리 잡고 자기 영역을 만든 후 호피는 자두와 위험한 동거(?)를 하며 자릴 잡아가고 있는데
그래도 턱시도는 호시탐탐 호피를 쫓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턱시도는 자두네 집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며 호피를 노리고 있고 그걸 안 호피는 긴장하며
턱시도 쪽을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이때 자두는 등 돌리고 앉아 짐짓 모른 척...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장면이 잡혔습니다. 어느 날 호피가 자두 지붕 위에 있던 날, 턱시도가 와서 둘이 대치 상황이
벌어졌는데 마치 이 사진은 평화롭게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공격직전이었고
이 사진을 찍자마자 호피는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사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건 순간포착이고요. 단 몇 초간의 상황이었습니다.
고양이들 세계의 영역은 생존에 관한 일들이라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턱시도는 우리 집 영역을 다 자기 구역으로 알고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애들이 오니 밥도 여러 군데 나눠주는데도 턱시도는 다 자기 영역으로 여기고 관리를 합니다
특이한 건 호피인데요... 얘는 작아서 공격적이지 않은 건지 착한 건지
자기가 처음 영역으로 잡은 이 자두 우리를 여러 애들과 공유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처음 턱시도 2호가 와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이젠 블랙이도(2호)? 와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외려 턱시도가 여기 오는 애들을 다 관리하며 공격태세를 하고 있습니다
블랙이도 호피도 턱시도의 공격으로 몇 번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미 자두의 비호(?)를 받고 있는 호피는 맛있게 밥을 먹고- 실은 자두는 호피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있을 때만 호피는 밥을 먹습니다.
이런 호피는 자두와 내가 산책을 나가면 같이 따라 나와 300M쯤 같이 산책을 합니다.
호피는 자두네 집 테이블과 마당을 자기 집 삼아 지내지만 실은 턱시도의 눈치를 늘 살핍니다.
그런 호피는 요즘 내게도 자두에게도 너무나 이쁜 짓을 합니다.
산책을 가면 동네 사람들이 신기해합니다... '이 고양이도 아저씨네 애예요?' '와~신기하다 같이 산책도
다니고...'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게다가 얘는 아무 데서나 발라당을 하니까 더 웃기게 보이기도 하고요...
'왕 귀요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젠 블랙이 1호? 2호? 까지 올라왔습니다. 자두는 호구가 된 건지... 넓은 마음씨를 발휘하는 건지 블랙이 조차 호피 테이블에 와서 밥을 먹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걸 자두는 발까지 올리고서 신기한 듯 바라다봅니다. 늘 보던 호피 쪽은 관심도 없고 새로 온 까만 애에게 관심이 가는지... 신기해 하긴 나도
그렇고 자두도 그런가 봅니다. 다만 자두는 전전긍긍 어쩔 줄 몰라합니다. 낑낑거리고...
자기 구역에 애들이 자꾸 오니까 신경은 쓰이는데 어찌해야 될지 몰라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내가 보기에 호피도 성격이 좋은 것 같아 보이는데 대개 고양이 들은 영역동물이라 먼저 차지한 애가 있으면
다른 애들이 못 오는데 호피는 작아선지 블랙이 2호? 도 들어오고 턱시도 2호도 들어와서 같이 밥을 먹습니다. 약한 자의 설움인지... 맘이 넓은 건지...
얼마 전부터 자두네 구역으로 온 블랙이는 어떤 애는 날 보면 도망을 가고 어떤 애는 그냥 밥을 주면 먹습니다. 그러던 한 애는 아예 테이블에 와서 호피랑 같이 밥도 먹고요... 날 보면 도망가는 까만 애는 새로운 애가 분명합니다. 내가 그동안 밥을 줘 왔기에 도망은 가지 않았는데 저 앤 나만 보면 도망을 갑니다.
좀 가까이 있으면 얼굴을 살펴보고 이마에 상처를 보면 오른쪽인지... 양쪽에 있는지... 없는지...
그걸로 구분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가끔 한밤 중 치즈 1호와 대치를 하는 애는 또 어떤 앤지 모르겠고요...
에구~까만 애들이 떼거지로 있는 건 아닐까요? 까만 패밀리가 있다든가...
얼마 전 연휴 때 이틀간 오지 않아 걱정을 했던 호피는 그 후 다시 잘 옵니다.
거의 개냥이 처럼 되어 산책도 나가고 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라당을 해서 웃기긴 하는데...
자두에게 관심받고 싶어 자두 근처에서 맴돌고 자두 다리 사이로 잽싸게 휙~ 지나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자두는 자기 집에선 이 애에게 관심을 주지만 밖에 나오면 거의 생까고...
그나마 다른 애들이 오면 자두는 새로운 애에게만 관심을 줍니다.
게다가 밖에선 자두는 오로지 노즈웤을 하느라 호피에겐 관심도 주지 않습니다. 가여운 호피...
그리고 새로운 애 턱시도 2호는 기존 턱시도 보다 훨씬 작은데... 워낙 경계심이 많아 내가 가까이 못 갑니다. 호피 테이블 위에서 밥을 먹다가 내게 뜨였는데 가까이 못 가고 방에서 창밖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번 밖에 있을 때 테이블 위에 있길래 가까이 갔더니 후다닥 도망을 가더군요.
어젠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 테이블 위에서 턱시도 2호가 경계의 울음소릴 내고 있는 겁니다
난 처음에 이게 턱시도가 내는 소린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턱시도 2호가 자두네 집 지붕 위에 있는 블랙이를 보고 경계하는 소리였습니다. 웃깁니다. 여기가 마치 자기 영역처럼 블랙이를 경계하고 있다니요...
더 웃기는 건 자두는 마당에 누워 남일처럼 신경도 안 쓰고 있는 겁니다
남의 집에 와서 턱시도는 자기 집처럼 경계를 하고 있는데 정작 집주인인 자두는 신경도 안 쓰고
호피처럼 이 영역의 실제 주인은 가만히 있는데 객이 와서 저러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호피는 '블랙이'도 '턱시도 2호'도 자기 테이블에 올라와 밥 먹는 걸 허락했나 봅니다.
아니면 더 힘센 애들이라 어쩔 수 없는 건지...
자두는 작년 겨울부터 이 턱시도를 보아왔고 그땐 짖고 아주 생난리가 아니었었습니다.
호전적으로 왕왕거리고 우리에 매달려 짖어 대고.... 그러다 어느 때부터는 턱시도가 우리 밖에서 저렇게
누워 발라당을 하고 그 앞에서 배를 깔고 누워 있기도 하여 서로 안면을 튼 사인데... 산책 나가는 길,
서로 코인사도 했던 사이입니다.
요즘엔 자두도 턱시도에겐 짖지 않습니다.
어느 날엔 우리에 들어와 테이블 위에 누워 있기도 한 턱시도고요...
어쨌든 자두는 호피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첫 정(?)이 중요한 건데...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