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치즈 1호, 치즈 2호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우리 집 데크 중앙을 턱시도와 함께 차지하고 산지 몇 개월....
그래서 치즈 1호는 우리 집 중앙 데크가 자기 집이 돼버렸습니다.
이제 눌러 살기로 작정을 하고 24시간 여기서 밥 먹고 자고 합니다.
찬바람이 불기 전엔 이 데크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다른 냥이들의 접근을 막고... 뭐
그런대로 그냥 여기서 사는가 보다 했는데 이제 밤엔 춥고 찬바람 불고 하는데 그냥 데크 위에서 자는 겁니다.
안쓰러워 임시로 집을 마련해 주었더니 냉큼 거기 들어가서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집을 주다니요, 여기 눌러살까 봐 걱정을 하면서 집을 만들어 줍니다. 바보인가 봅니다. 저는...
그간 현관문을 조금 열어 두고 안에 들어와 자게도 했는데 들어와 잠시 머물긴 하지만 잠은 안자더군요...
결국 밤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게 임시로 집을 만들어 줬는데 거길 자기 집으로 삼고 거기서 잠을 잡니다.
그러나 이 집이 아무래도 임시로 만든 집이라 인터넷에서 길냥이용 집을 주문해서 그걸 조립해서 그 자리에 뒀는데 웬걸~ 거긴 안 들어가고 그냥 데크에서 자는 겁니다. 밤엔 추운데...
며칠을 그렇게 데크 위에서 웅크리고 자길래 예전 임시 집을 다시 뒀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옛날 집에 들어가 잠을 잡니다)
좀 이상한 건 턱시도가 가끔 이 애를 구박하는 겁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가끔 냥펀치로 파파박~~ 하고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는 겁니다.
그럼 이 애는 그냥 슬그머니 피합니다.
근데 그러면서도 턱시도는 아픈 이 애에겐 이 구역을 허락하고 먹을 것을 줘도 늘 치즈 1호에게 양보를
합니다. 아무튼 안타까운 건... 이 아파 보이는 애가 그냥 24시간 여길 자기 집으로 알고 지내는걸 어찌해야
좋을지 걱정입니다. 다른 애들은 밥때만 와서 밥을 먹고 가고 턱시도도 평소엔 데크에서 지내다
밤엔 어디론가 가서 잠을 자는데 이 애는 돌아갈 집이 없나 봅니다.
그냥 여기 눌러 살 작정인가 본데... 겨울에도 이 임시 집에서 살게 둬야 할지...
이렇게 집냥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치사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애는 내 손길을 아주 조금 허락합니다. 평소에는 나를 경계하며 거리를 유지합니다
한 번은 간식을 줄 때 가까이 와서 만지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냥펀치로 할퀴려 하더군요
그 후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었는데 어떤 때는 내 다리에 머릴 박기도하고 몸을 비비기도 하는데 이때
목덜미를 긁어주면 가만히 있습니다.
평소 목덜미를 늘 긁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긁어주는 게 시원했나 본데... 문젠...
턱시도나 호피를 만질 때처럼 털이 보드랍고 윤기가 좔좔 흘러 만져도 손이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까끌하고 털이 보드랍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건강하지 않아서 모질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왠지 만지기가 선뜻 쉽지 않습니다.
턱시도나 호피는 만져달라고 몸을 비비고 그럴 때 내가 만지면 느낌도 좋은데 이 아인... 좀...
이 앤 아직은 완전히 내 손길을 허락하지는 않고 자기가 와서 비빌 때만 목덜미 긁어주는 정도만 허락을 합니다. 첫정이고 개냥이처럼 내게 와서 엉겨 붙는 턱시도나 붙임성 좋은 호피처럼 정이 가지 않고, 이 앤 아프니까.... 집이 없어 갈 데가 없어 보이니까... 챙겨줘야 할 것 같으니까...라는 감정으로 위의 두 아이들과는 다른 마음이, 내 맘속에서 이런 차별감정이 드는 게 안쓰럽습니다. 그냥 솔직한 심정입니다.
치즈 1호에겐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입니다.
이 까다로운 치즈 2호는 아직도 내게 하악질을 합니다.
도망가지는 않지만 밥을 주러 가도, 간식을 주러 가도 하악질을 합니다.
'괘씸한.... 저것이... 아직도!'라는 생각.... 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데크의 오른쪽 영역을 자기 구역이라 생각하고 턱시도나 치즈 1호도 거길 가서 공격하거나 경계하지은 않는데 요즘 새벽엔 심한 다툼소리( 길냥이 특유의 울음소리)가 나서 나가보면 이 애가 현관 앞으로 와서 치즈 1호와 대치를 하고 서로 내는 소리입니다. 거의 매일 새벽 2~3시쯤에 그럽니다.
현관 앞엔 치즈 1호가 24시간 살며 완전히 1호의 영역이 된 곳인데 여길 와서 밥을 먹으려 하나 봅니다.
그러니 치즈 1호가 심하게 경계를 하고 2호도 지지 않으려고 서로 울음소리로 대치 상태를 벌이는 겁니다.
거의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가서 2호 영역에 있는 밥그릇에 밥을 주고 둘을 떼어 놓으면 끝이 납니다.
어떤 날엔 새벽에 턱시도까지 와서 2:1로 그러고 있기도 합니다.
이 애와 다른 애들에게 모두 저녁때 밥을 주는데 왜 새벽에 남의 구역까지 또 와서 이럴까요...
밥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 일까요? 그래서 밥을 많이 주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안 일어나던 일이 요즘 매일 새벽 이런 일이 일어나니 나는 그때마다 나가서 애들 쌈을 말리고 밥을
주고... 반복입니다. 어찌해야 할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왜 찬 바람 불기 시작하니 치즈 2호가 남의 영역까지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애는 낮엔 저기서 잠도 자고 쉬기도 하고 밤엔 어디론가 가는데 새벽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밥이 부족해서 일까요? 더 많이 줘야 할까요?
턱시도나 치즈 1호보다 두 배는 더 주는데도 왜 그럴까요?
이 애는 유일하게 턱시도나 치즈 1호와 대적할만한 애인가 봅니다.
다른 애들은 근처에 오지도 않는데 이 애만 현관 앞에서 대치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근데 새벽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니 난감합니다.
추위를 잘 타는 냥이들은 겨울엔 어디서 나는 건지... 작년 겨울 턱시도가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하여 이제 올 겨울이 되면 1년인데... 다른 애들은 밥때만 나타나고 잠은 각자 자기 집(?)에서 자는 것 같은데
치즈 1호는 올 겨울 현관 앞에서 겨우살이를 하며 날까요?
겨울 무사히 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요즘 걱정거리를 만들어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