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순이가 되어 가는 자두
지난여름 같이 살던 살구가 세상을 떠난 후 자두는 우울증인지 뭔지 밥도 잘 안 먹고 종일 누워서 잠만 잤고
털갈이도 심하게 하며 외양도 보기 흉하게 되었습니다. 애가 저러다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도 되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그럴 수 있다고... 동물들도 자기 형제, 친구 등이 죽으면 충격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자두에게 잘 먹이고 뭔가 힘이 생기라고 여름내 닭죽을 끓여 줬습니다.
14화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그때 신기하게 길냥이 호피가 자두 우리로 들어오기도 했고요. 정말 신기한 건 평소 자두는 고양이만 보면
길길이 날뛰며 공격성을 드러내며 아주 호전적이었습니다. 대개 진돗개들이 고양이를 천적처럼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그랬는데 길냥이 호피는 어쩌자고 이 위험한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왔는지...
그렇게 자두 우리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두는 정작 조그마한 길냥이 호피가 들어오자 물기는
커녕 주위를 맴돌며 신기해하고 냄새를 맡으려 하고 주변에서 킁킁거리기만 합니다.
06화 [#6: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이 조그맣고 마른 길냥이 호피는(당시는 마르고 아직 성묘가 되기 전의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날렵한 몸으로 자두 우리를 넘어와 테이블 위에 자릴 잡고 먹을 걸 달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자두 밥을 먹어치우기도 하고요.
그때 자두 반응은 물지는 않고 요리조리 호피 주변을 따라다니며 관심을 보이는 게 마치 치근덕대는 남자아이처럼 호피를 따라다니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여름에 오던 호피는 이제 겨울이 되고 살도 오르고 성묘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두도 밥도 잘 먹고 호피와 절친이 되니 활력도 되찾고 건강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털도 깨끗해지고.... 요.
그런데 문제는 다시 살이 쪄서 이번엔 또다시 비만견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34k가 되어 수의사께서 다이어트를 시키라고 해서 몇 년간 제한급식을 했고 내가 모질지 못해서(밥을 조금만 주어야 했는데) 다이어트 효과를 못 봤는데 올여름 살구가 떠나고 27k까지 빠진 겁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보양식이라고 여름내 끓여준 닭죽의 효과에 길냥이 친구 호피가 와서 활력을 되찾은 자두는 왕성한 식욕을 찾아 또다시 30k가 넘어 보입니다. 노령인 데다 관절에 무리가 와서 살이 찌면 안 되는데...
일단 호피와 절친이 된 자두는 다시 예전처럼 장난기도 생기고 혼자의 외로움을 벗어난 것 같아 다행입니다
CCTV에 보면 한 낮엔 둘이 저렇게 나란히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무신경한 듯....
그러다 자두는 내가 근처에 나타나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옆에 있던 호피를 못 살게 굽니다. 일단 발로
툭툭치고 도망가면 쫓아가고 발라당 하는 호피를 코나 주둥이로 꾹꾹이를 하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발로 툭툭치고... 호피는 발로 툭툭 칠 땐 신경질 부리듯 하악질을 하지만 자두는 아랑곳 않고 장난을 칩니다.
이렇게 자두는 호피와 시간을 보내며 예전처럼 활발해졌습니다.
11화 [#11: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
그런데 겨울이 와서 다시 옷을 입히려 작년에 입었던 옷을 입혀보니 이렇게 꼭 맞고(작년에도 딱 맞는 옷이었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는데) 허리 밑에서 벨크로로 꽉 붙여 줘야 하는데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이 살짝만 붙여 놓았습니다. 살이 쪄서 안됩니다(벨크로이기에 다행이지 자크였으면 잠기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이틀째 되는 날 옷이 벗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자두 겨울 잠바를 주문했습니다. 좀 큰 사이즈로요...
의사는 일단 간식을 끊으라는데 간식은 하루 한 두 개 정도밖에 안 주는데 이렇게 살이 찐 건 분명 호피와의
관계로 활력이 생긴 데다 여름내 가을까지 1주일에 한 번씩 끓여준 닭죽의 효과가 아닐까... 하고
이 추운 겨울 다이어트를 시켜야 하니... 이거 참...
아무튼 자두도 냥이들도 나도 이 겨울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