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보니...
#1. 개와 함께 살고 보니...
몰랐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동물은(개) 마당가에 살면서 남은 밥 처리해 주는, 낯선 사람에게 짖어 주어 위험을 알리는 정도의...
생각밖에 없던 시절을 지나... 훌쩍 수십 년을 넘기고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반 생각은 다르지 않았지요...
그저 밥만 잘 주면 되고 잘 놀면 그게 끝인 줄... 알았고
그렇게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의 아이 두 마릴 데리고 왔습니다.
이게 내 인생을 이렇게 변화시킬 줄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걸... 하는 후회도 듭니다.
예전엔 잘 모르는 것들, 잘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에게 옷을 입히고 사람처럼 치장하고 식당이건 마트건 개를 안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혐오했고
무개념이라고 욕을 하던 나였습니다. 개에게 돈을 쳐들이네 뭘 사다주네... 하면 속으로 혀를 찼던 내가,
그러던 내가 개를 키우자 기왕이면 깨끗하게 처리된 사료나 간식을 주고 싶고
비싼 건 아니라도 원산지라도 확인해 보고 사자...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길 가다 보는 개들, 고양이들이 이젠 스쳐 지나는 동물이 아니라 자꾸 다시 보게 되고
외양을 살피며 그 외양에 따라
저 앤 주인의 지극정성을 받는 아이구나,,,
아이고 저 애는 왜 저런 짧은 줄에 묶여 있을까... 아... 울타리가 너무 좁은데....
저기서 저 애를 키우다 니...
저렇게 마른 애를 왜 저리 방치할까... 동물학대로 신고할까...
저 집은 개를 왜 그늘 막도 없이 덩그러니 저렇게 둘까...(땡볕에 달랑 개집하나 있는 집에서)
산책 시 줄 풀어놓고 가는 견주를 보면 안타깝고... 화가 나고....
큰 개가 어슬렁 거릴 때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고 불안하고...
저렇게 배회하다 사람들에게 쫓기거나(선의의 행동으로 라도 잡으려 하다 놓치면) 적개심을 품게 되어
들개무리로 되어 정말 사람을 공격하게 될 텐데... 하는 걱정
최악은 나쁜 사람에게 잡혀 비참한 결말을 보게 될까 걱정...
걱정도 팔자라고 이렇게 걱정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오래도록 집을 비워야 할 때 가족들에게 인계를 하지만 그렇게 다른 가족에게 개를 맡기고
갈 때의 미안한 마음들...
사실 예전 마당가에 있던 애들에 대한 걱정은 부모님이 개장수에게 팔아버리는, 걱정뿐이었는데
이젠 안 보이던 일들, 예전에 모르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와 함께 살며 느끼는 행복한 느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감정들, 이래서 동물을 키우나 보다... 하는
개의 동작이며 소리를 하나하나 알아가며 느끼는 새로운 감정...
주인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 충성과 사랑....(도대체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저렇게 나한테...)
그렇게 두 마리와 연을 맺고 11년을 살다가 한 아이가 이번 여름 세상을 뜬 후 '펫로스 증후군'이란 것이
이런 거 구나... 하며 심한 앓이를 하게 되었고 이제 남은 늙은 한 아이를 또 보내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그렇게 이 춥고 긴 겨울을 날 걱정을 합니다.
#2. 고양이들을 돌보게 된 후...
작년 말, 이 맘 때쯤 연을 맺게 된 고양이들도 내게 걱정을 줍니다.
처음 시작은 한 아이의 밥 주기로 시작되었는데 한, 둘 늘어 7~8 마리가 오게 되면서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밥을 챙겨주는 게 이 아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걸까 하는 아주 원초적인 걱정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 지지도 못할 거면(내 사정으로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어찌할 것 인가? 하는 걱정...
길냥이들은 평균 수명이 3년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 아이들이 대개 영양결핍에 질병에 걸리고
혹독한 추위에 죽고 만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길냥이들은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번식 활동을 해서
새끼를 낳게 되고... 그럼 또 길냥이들이 늘어가고...
이렇게 돼 풀이되는 게 저 아이들에게 좋은 일일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까지 듭니다.
게다가 도시에선 고양이를 케어하는 캣맘이나 캣대디들과 그걸 반대하는 주민과의 마찰도 있다고
들었고요... 여기 시골에선 그렇게 반대를 하거나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아직까지 이장님이 내가
길냥이들 밥을 준다고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뭐가 저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걱정과
회의가 듭니다.
하지만 매일 오던 애들이 하루나 이틀을 안 오면 걱정되고, 이 겨울 어디서 추위는 피하고 있나...
어디서 밥을 먹고 있을까... 아파서 못 오는 걸까.... 걱정의 걱정이 꼬릴 물고 이어집니다.
그러니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아동학대, 동물학대 같은 뉴스는 못 보는 겁니다.
심지어 TV 나오는 동물 프로그램조차 못 보겠습니다.
일단 아동학대, 동물학대의 뉴스는 헤드라인만 보고도 돌리거나 스크롤을 바꿉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의 화도 나지만 그 상황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끔찍합니다.
어리고 약한 상대에게 저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는 X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그가 한 짓을 똑같이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도 이렇게 잔인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또 진저리가 납니다.
내가 무슨 동물보호 활동가도 아니고 또 내가 무슨 동물학자도 아닌 게
이런다고 뭐가 바뀌겠습니까 마는... 저 길냥이들을 배곯지 않게 이 추운 겨울나게 하는 게
나의 요즘 최대 걱정입니다.
내 인생에 없던 고양이들이 내 삶 속에 와서 또 다른 사랑?을 느낍니다
이렇게 이쁜, 이렇게 신기한 애들이 있을까... 하는... 요즘 고양이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입니다
이 겨울, 그렇게 냥이들과 겨울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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