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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Nov 19. 2020

첫번째 인턴 이야기

인턴 구하기

독일에서 인턴은 대학졸업의 필수 조건이다. 학교와 학과마다 다르지만 보통 12주 (3개월)의 인턴 경험과 그에 해당하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자동차 공학과를 전공한 나도 12주의 의무 인턴과정이 대학 교육과정에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입장에서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무엇을 시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보통 6개월을 계약하고 인턴으로 일하는 게 보통이다. 


인턴을 구하는 방법들…

1.    학교 게시판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 학교 학과 건물 게시판에 꽤 많은 회사들의 인턴관련 공고가 붙어있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지원은 공고된 게시물에 나온 이메일 주소로 지원 서류를 보내거나 공고를 올린 회사 사이트를 통해 가능했다. 이러한 공고 글을 통해 인턴자리를 얻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사실 요즘은 대부분 회사 사이트에 필요한 모든 자리가 올라와 있기에 인터넷을 통해 보는 것이 훨씬 쉽고 편리하다. 

2.    취업박람회

독일에는 매년 다양한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학교를 통해 박람회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 등 산업체들이 많이 있는 대도시에서 주로 열린다. 취업 박람회에 나도 여러 번 가본 경험이 있다. 이곳에는 참가한 회사들의 인사부서 (HR)에서 담당자 들이 나와 회사를 소개해주고 현재 오픈 되어 있는 자리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박람회 장에서 바로 나의 이력서를 제출할 수도 있고 만약 그 자리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리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다면 그 사람과 짧은 면접을 볼 기회도 있다. 취업 박람회 장에는 지원자들을 위해 지원 서류에 넣을 사진을 찍어주는 부스도 있어 그곳에서 취업을 위한 증명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3.    회사홍보행사

특정 기간에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참가하여 회사를 알리는 것 외에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대학교를 방문하여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고 인턴 자리를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취업 박람회가 아닌 다른 박람회에서 박람회 관련 분야의 회사들이 회의실을 빌려 자기 회사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학과를 공부하던 중에 학교를 통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회사 홍보를 한다는 한 회사의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심지어 그 회사 홍보에 참석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모터쇼 티켓을 제공한다는 글을 읽고 바로 지원을 했다. 그렇게 모터쇼 티켓을 우편으로 받고 찾아간 모터쇼에서 그 회사 홍보행사를 갔다. 홍보행사는 취업박람회에서 보는 홍보와 비슷한 형식이었지만 그곳에선 그 자리에서 지원을 한다 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홍보행사를 통해 내가 그 동안 알지 못한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렇게 알게 된 회사가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술개발 서비스를 담당하던 자회사였다. 그 이후 그 회사에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인턴자리들을 알아보았고 내가 했던 첫 인턴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4.    인터넷 검색

가장 쉽고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자사의 사이트를 통해 그 회사에 오픈된 모든 자리를 공고하고 있다. 그 외에도 Indeed, Stepstone과 같은 취업정보 사이트나 분야 관련 잡지나 정보지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다양한 자리들을 검색할 수 있다.  


인턴 면접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알게 된 회사에 사이트를 통해 인턴자리를 지원했고 내 생애 첫 면접을 보게 됐다.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일했던 가게들의 매니저나 사장님들과 면담했던게 전부였고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독일에 건너와 유학을 해서 한국에서의 직장 경험이 없었기에 회사라는 곳에서 면접을 보게된건 첫번째 인턴을 구할 때가 처음이었다. 


인턴면접에서는 내가 지원한 팀에 팀장과 부팀장 두 사람이 나왔다. 첫 면접인데다 독일어로 봐야하는 터라 너무 긴장됐고 아직까지도 그때의 떨림이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회사를 잘 찾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독일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등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런 대화가 긴장을 조금은 풀어주었다. 그 이후 진행된 면접에서 면접관 두 사람의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지원한 부서가 엔진 CAD설계 팀이었는데 자동차 엔진에 대한 지식이나 CAD와 관련한 경험이 있는지 등 전공과 지원분야 관련한 질문이 먼저 주어졌는데 어느정도 알고는 있으나 짧은 독일어 실력에 버벅되기 일쑤였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한정 되어있어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면접을 진행했던 팀장과 부팀장은 면접 내내 웃는 얼굴로 나의 버벅거림에도 모든 문장이 끝나길 기다려줬고 나를 배려해서 말을 천천히 해주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인턴 면접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사실 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면접에서 쉽게 던져질 만한 질문인데도 제대로 준비해 가지 못해 많이 당황했다. 그리고 사실 그때까지 나는 정말 내가 뭘 잘하고 뭐가 부족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날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이 첫 면접 이후에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적어보고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독일에서 본 모든 면접에서 이 질문이 던져지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그때마다 첫 면접과 다르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인턴 면접이 마치고 면접관이었던 팀장과 부팀장으로부터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2주안으로 결과를 알게 될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참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엔 이렇게 대답했어야 하는데...그때 그 질문엔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혼자 면접을 되짚으며 기차안에서 멍하니 생각만 했다. 그러다보니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7시간의 여행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베를린에 돌아와 결과를 기다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마 1주일이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인턴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그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을 땐 정말 믿기지 않았다. 면접날 나 혼자만 면접을 보았기에 다른 지원자들은 당연히 다른날 혹은 다른 시간에 면접을 보았을텐데 결과가 너무 믿기지 않아서 혹시 지원을 나만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내 생애 첫번째 인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직도 그때의 설렘이 기억난다. 말도 서툴고 잘 할줄 아는 건 없었지만 내가 가게될 회사에서 무엇을 보게될까 뭘 경험하게 될까 정말 너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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