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다의 꿈
새벽 4시,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남해의 작은 어촌. 카림(25세, 남)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기잡이배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낡은 장갑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눈빛만은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지 5년째. 그는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돈보다 더 큰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림, 오늘 파도 세다. 꽉 잡아!”
선장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밧줄을 단단히 잡았다. 배는 거친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아갔다. 밤새도록 그물을 올리고, 물고기를 분류하는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손은 얼어붙었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냈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카림의 머릿속에는 늘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와 같은 해외 노동자들이 더 이상 비참한 대우를 받지 않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는 한국에 와서 수많은 해외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현실을 목격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그는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했다.
“카림, 너 또 꿈꾸는 소리 하냐? 컨설턴트? 네가 뭘 안다고!”
함께 일하는 파키스탄인 노동자 아흐메드가 비웃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여기서 돈 버는 것뿐이야. 꿈같은 소리 하지 마. 사장님한테 들키면 혼난다.”
사장 역시 카림의 꿈을 비웃었다.
“카림, 너는 그냥 고기나 잘 잡아!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네가 뭘 한다고 컨설턴트가 돼? 꿈도 크다, 꿈도!” 그는 카림의 꿈을 비웃으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카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미래를 꿈꿨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돕고, 앞으로 대한민국으로 올 미래 세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는 방법을 몰랐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국말은 5년 정도 거주하여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었지만, 복잡한 법률 용어나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지하철 광고에서 ‘더 드림 컨설팅’의 취업고민수집팀 광고를 보게 되었다. ‘취업 고민, 인간관계, 취업 상처…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 그 문구는 카림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혹시 이곳이라면… 내 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난처한 상담, 그리고 유민서 팀장의 등장
취업고민수집팀 사무실.
(채) 민서는 새로운 의뢰인 카림 씨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의 낡은 작업복과 피곤한 얼굴은 그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살고 있는지 짐작하게 했다. 카림은 서툰 한국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컨설턴트… 되고 싶어요. 저 같은… 외국인 노동자… 도와주고 싶어요. 좋은 회사… 인간 대우… 받고… 일하고 싶어요.”
카림은 더듬더듬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의 눈빛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민서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처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났던 의뢰인들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그들의 고민은 대부분 취업이나 직장 내 문제였다. 하지만 카림의 꿈은 차원이 달랐다. 해외 노동자를 위한 취업 컨설턴트라니.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떤 해결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이분을 도울 수 없어. 해외 노동자 관련 법규도 잘 모르고, 컨설턴트가 되는 방법도….’
민서는 속으로 당황했다. 그녀는 김용수 씨, 지희연 씨, 류지혁 씨, 박민영 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지만, 카림의 꿈은 그녀의 경험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고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장님… 친구들… 다… 비웃어요. 꿈… 없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꼭… 하고 싶어요. 미래… 한국 오는… 외국인… 도와주고 싶어요.”
카림은 간절하게 말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민서는 그의 진심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는 그를 돕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때, 회의실에서 차일혁 대리와 신민아 사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유민서 팀장이 카림과 민서를 발견했다. 그녀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 중이야? 채민서, 표정이 왜 그래?”
유민서 팀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민서는 순간 움찔했다.
“팀장님… 카림 씨가… 해외 노동자를 위한 취업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 하는데…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민서는 솔직하게 자신의 난처함을 털어놓았다. 유민서 팀장은 카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카림은 팀장의 시선에 살짝 긴장한 듯 고개를 숙였다.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서?”
유민서 팀장의 질문에 카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하고 싶어요.”
“좋아. 잠시만 기다려.”
유민서 팀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팀장실로 향했다. 민서는 팀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팀장실에서 유민서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했다.
우민호 대표와의 만남
몇 분 뒤, 유민서 팀장이 팀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카림 씨, 채민서. 나를 따라와.”
유민서 팀장은 두 사람을 데리고 21층, 대표실로 향했다. 민서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대표실? 설마… 우민호 대표님을 만나게 되는 건가?’ 그녀는 유민서 팀장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우민호 대표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대표실 문이 열리고, 민서는 마침내 우민호 대표를 마주했다. 그의 첫인상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젠틀함과 함께 강렬한 카리스마가 공존했다. 그의 눈빛은 깊고 온화했지만, 동시에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대표님, 이분이 스리랑카에서 온 카림 씨입니다. 해외 노동자를 위한 취업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 합니다.”
유민서 팀장이 카림을 소개했다. 우민호 대표는 카림을 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카림 씨, 반갑습니다. 유민서 팀장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주 멋진 꿈을 가지고 있군요.”
우민호 대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카림은 대표의 말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네… 꼭… 하고 싶어요.”
“좋습니다. 카림 씨의 꿈을 저희 ‘더 드림 컨설팅’이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민서 팀장이 이미 이야기했을 겁니다. 저희는 단순히 취업을 돕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카림 씨의 꿈은 저희 회사의 가치와도 일치합니다.”
우민호 대표는 카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민서는 우민호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다. 그가 왜 그토록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카림 씨, 저희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취업고민수집팀에서 해외 노동자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카림 씨의 경험과 통찰력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곳에서 컨설턴트로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우민호 대표의 제안에 카림은 눈을 크게 떴다. 민서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카림이 우리 팀에서 일하게 된다니! 이것은 단순한 취업이 아니었다. 그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정말요? 제가… 여기서… 일할 수 있어요?”
카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얼굴에는 감격과 희망이 교차했다.
“네, 그럼요. 카림 씨의 열정과 꿈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민서 팀장과 채민서 씨가 카림 씨를 잘 이끌어줄 겁니다.”
우민호 대표는 유민서 팀장과 채민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유민서 팀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서는 자신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난처해했던 문제를 유민서 팀장과 우민호 대표가 한 번에 해결해 준 것이었다.
유민서의 깨달음: 미션 임파서블은 없다
대표실을 나와 TF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민서는 유민서 팀장을 바라보았다.
“팀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그리고 우민호 대표님은…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민서의 목소리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유민서 팀장은 민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우민호 대표님은… 늘 그랬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분이지. 사람의 가치를 믿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분이야.”
유민서 팀장의 눈빛에는 깊은 신뢰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민서는 그제야 유민서 팀장이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과거 이야기와 우민호 대표의 명언,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결과는 그에 따라 나온답니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우민호 대표는 단순히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확신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나는 예전에 우민호 대표님의 꿈을 비웃었어. 꿈이 밥 먹여주냐고 비아냥거렸지. 하지만 그분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어. 그리고 나에게도, 차일혁 대리에게도, 그리고 이제 카림 씨에게도 그 꿈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주셨지.”
유민서 팀장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감회가 서려 있었다.
“이곳 취업고민수집팀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비웃을 수도 있어. 돈이 안 된다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알아.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확신했다. TF팀은 단순한 임시 팀이 아니었다. 이곳은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그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곳이었다. 김용수 씨, 지희연 씨, 류지혁 씨, 박민영 씨, 그리고 이제 카림 씨까지. 그들의 변화는 TF팀의 존재 이유이자,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미션 임파서블은 없다.’
민서는 속으로 되뇌었다. 유민서 팀장과 우민호 대표를 보며 그녀는 깨달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가치를 믿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채) 민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카림 씨의 인턴십 서류를 정리했다. 그녀의 손끝에는 새로운 열정이 실려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가진 완벽한 스펙이 아닌, 따뜻한 마음과 확신으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