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4.05.17/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_관망
내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라면물이 끓는 3분, 대학합격자발표일, 재판의 진행과정과 선고일등이 그렇다.
나는 오늘 법원 출석일이었다. 2차 출석일이기에 판결이 곧 선고일인지 알았다.
예전에 변호사 없이 미수채권 민사재판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와 지금의 진행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그 당시 피의자는 우리 회사였는데 나는 피의자와 피해자를 바꾸는 승소를 거두었다. 그래서 재판을 다소 덜 어렵게 본 거 같다. 재판은 쉽게 볼 일이 아님을 확실히 체험했다.
이번 결과는 97% 긍정적인 판결이 나왔지만 정확한 선고는 한 달 후에 나온다. 이에 3%는 판사가 이의를 제기할 불확실성이다. 이는 거의 희박한 일이라고 했으니 긍정적으로 기다리면 되겠다.
밤을 새우고 가면 안 될 거 같아서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수면제를 한 알 먹고 잠들었다. 수면제에 내성이 생기면 1알의 효과도 2시간 내외이다.
"2시간이라도 잘 자고 가야지.."
하는 나의 바람은 틀렸다. 한참을 끊었던 수면제를 다시 먹으니 재판중일 때만 빼고 오가는 동안에도 잠이 쏟아졌다. 집에 오자마자 난 인절미처럼 떡이 되었다. 이제야 잠이 온전히 달아났다.
법원에서 오는 길에 창밖을 보면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나무야 너는 어떤 삶에 무게를 지고 사니?"
"난 어울려야 하는 의무를 갖고 살지!"
"어울림? 어떤?"
"매일 매연을 감당해야 하고, 도시를 풍경처럼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
"사람과 공생해야 하고, 자연의 순환에 일조해야 하는 책임감, 나도 가벼운 생은 아니지"
"그렇구나. 너의 삶은 고고하고 단단해 보이는데 힘든 면도 있네"
"풀꽃아 넌 어떤 삶을 감당하고 있어?"
"난 낮고 좁은 곳을 밝히지. 세상에 모든 틈은 갈라짐이 아니라, 새로운 길의 시작임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야. 내가 피는 모든 곳에 생명을 심는 일을 하고 있어"
"그렇구나.. 멋지다"
"나도 오늘 내 삶이 깨짐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날이었., 쿨 쿨 쿨ㆍ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