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애벌레가 살고 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딱따구리가 밤새 쪼고 구멍을 파고 난리를 필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편두통을 파서 땅속 깊이 영원히 못 나오게 묻어 버리고 싶다.
밤새 약을 먹고 찜질을 했더니 눈이 퀭해졌다.
아들이 그런다.
"엄마 난 무서워, 혹시 나도 엄마처럼 어른이 돼서 내 애기가 펜잘 사러 약국 심부름 다니면 어쩌지?"
"엄마도 엄마 할머니 명란(옛날 진통제)을 계속 사러 다녔다며"
"응, 미안해. 하필 엄마가 이런 걸 물려받아서.."
"에혀, 할 수 없지. 좋은 것도 많이 물려줬잖아"
왜 집안에서 나와 동생만 편두통이 유전된 걸까?
언니 둘은 두통도 없고, 여드름도 없는데, 이런 거는 나와 동생만 물려받았다.
에고, 새벽부터 약을 달고 살았더니 위를 포클레인이 후벼 파는 듯 쓰리다.
외할머니는 90살 넘게 편두통으로 어떻게 사셨을까? 아들에게도 이런 거나 물려줘서 정말 속상하다. 좋은 건 못 줄망정 편두통이 웬 말인가.
운동을 이틀 연속했더니 삭신이 다 쑤신다. 다시 근육이 뭉치고 정강이에 멍이 들었다. 기력이 달려서 두통이 왔는가, 어쩐가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육수를 한껏 빼고 오니 몸은 조금 개뿐 해졌다.
참 신기한 게 노동과 운동은 왜 다른지 모르겠다. 집에서 하루종일 일을 해도 운동하는 것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어제는 또 새로운 근력운동을 했는데 4가지 운동을 3분씩 하며 돌아가는 3세트였다. 와 지옥훈련이 따로 없었다. 젊어서는 여군이 되고 싶었는데 군대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10분은 줄넘기를 하고 근력운동 20~30분 하고 글러브를 끼고 펀치와 킥을 배운다. 그런 후 스트레칭 10분을 하고 끝나는데 1시간이 넘을 때가 다반사다.
어제는 짝을 맞춰서 서로 어깨를 터치하는 플레이를 했다. 어깨를 맞은 사람이 진 것이므로 벌로 버피를 하는 운동이었다. 나는 워낙 아들과 몸으로 많이 놀아서 조금 여유로웠다. 그래서 슬슬 해도 될 정도였는데 짝꿍을 타임마다 바꾸는 것이다. 맨 마지막에는 선수처럼 잘하는 남자회원과 하게 되었는데 치고 빠지는 것도 워낙 빠르고 훼이크도 잘 써서 처음부터 내가 버피를 몇 번 했다. 이때부터 불붙기 시작해서 내 눈빛이 확 달라졌다. 나에게 이런 승부욕이 있는 줄 첨 알았다. 서로 가드 하랴 공격하랴 정신없이 하다가 내가 남자회원 어깨를 터치했다. 숨넘어가게 경기를 하고 있으니 관장님과 코치님도 재밌으신지 계속 응원해 주셨다. 그분과 격렬히 대립하다 난 1번 이기고 나머진 다 그분이 이겼다.
배운기술을 직접 써서 붙어보니 정말 재밌었다. 특히 남자회원은 여자회원이나 아이들처럼 봐줄 게 없다 보니 오히려 더 재밌었다. 지더라도 진심으로 붙었더니 스트레스가 팡팡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복싱을 하는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집에 와서도 넷플릭스에서 하는 영화 '전설의 주먹'을 보게 됐다. 남자들의 승부의 세계가 참 멋진 영화였다. 힘을 쓸 때 써야 한다는 절제와 지키기 위해 쓰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복서들의 경기 때 눈빛이 매력적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다짐들이 보이는 듯해서 좋았다.
오늘 운동을 가면 3일 연장 가는 것이다. 오늘 다녀와 보고 주 3회였는데 다시 주 5회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 같이 다니는 동생이 주 5회를 나오는데 나 때문에 오늘도 나온다고 하니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링 위에 서는 날이 올까?
크~
경기하다 머리한대 맞게 되면 편두통이 튀어나가게 하고 싶기도 하다. 생각만 해도 좋다. 역시 무에타이는 굉장히 짜릿한 운동이다. 난 왠지 남성호르몬이 많은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좋아하는 거 보면.
이러다 변성기 오고,
턱수염 나고 그라면 어쩐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