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대표 무기 불면증>
오늘은 비교적 잠을 많이 잤어요. 세 번에 나눠서 잤지만 9시간 정도면 굿뜨입니다. 거울을 보니 9시간이나 잤는데도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불면증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지요. 잠을 못 자서 너무 힘들 땐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 정말 수면제라도 먹어볼까?”
수면은 참 중요하잖아요. 내일을 위해서 리셋하고 충전하는 시간이니깐요. 이 리셋과 충전이 불규칙 해지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면역력이 약해집니다. 의욕이 상실되고 정신도 흐려지고요.
이미 다른 진통이 있는 환자에게 불면증까지 더해진다면 이건 최악의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전 수면제 생각을 하면 먹기도 전에 두렵습니다. 자기 조절 능력을 잃어버릴까도 그렇고 저희 정신과 샘 때문에도 그렇고요.
수면안대를 하고 두세 시간씩 누워 있다가, 너무 잠이 안 오면 책을 봅니다. 책을 보면 하품이 쉴세 없이 나옵니다. 역시 천연 수면제는 책이지요. 이젠 자면 될 거 같은데 책을 덮고 자려하면 또 잠이 안 옵니다.
자는 것도 안 자는 것도 아닌 가수면 상태에 시달립니다. 그리곤 금방 깨어나죠. 몸은 엄청 피곤하고 졸린 상태인데도요. 저에 뇌는 ‘호랑이가 계속 쫓아오고 있다고 ‘ 깨우는 듯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툭하면 호랑이에게 쫓겨 다니는 도시인입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복시도 오고 어지럽고 오심과 기타의 증상들이 덕지덕지 붙습니다. 이때가 가장 고통스러워요.
그리곤 이때 수면제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마치 수면제는 절 쫓아오는 호랑이를 잡아 줄 거 같거든요.
그래서 유튜브에 수면제를 찾아봤어요. 수면제는 마약성이더라고요. 졸피뎀이야기를 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수면제 복용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잘 잤다, 개운하다. 기운이 난다’이런 얘기도 있던데.. 이건 졸피뎀 말고 다른 수면제일까요?
제가 다니는 정신과 선생님은 수면제라면 질색팔색을 하세요. 전 한 번도 수면제를 처방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요.
사전 방어가 상당하십니다.
제가 만약 불면증 때문에 못 자서 힘들다, 아프다 하면요. 그때마다
“수면제는 안 드릴 겁니다”
“수면제는 시작도 하지 마세요”
”수면제까지는 안 먹고도 다 살 수 있습니다 “
등등등…
잠 못 잔다고 할 때마다 이리도 사전방어를 하시니 전 뭐.. 생각도 못 하지요.
그런 면에선 샘은 참 좋은 분 같아요.
환자의 오늘이 아니라, 훗날까지도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요.
여러 어려움이 있는 시기지만 기어이 하루하루 연속해 갑니다.
수면제 소리만 들어도 질색팔색 해주시는
샘이 계셔서, 그렇게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의 오늘은 또 세워지고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