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셋이 누워 손가락 접기 게임(일명 손병호 게임)을 했다. 은근슬쩍 딸과 나의 전략은 남편을 꼴찌로 만드는 데 있는 듯했다. 안경 쓴 사람 접어, 성별이 다른 사람 접어 같은 걸 말했으니까. 물론 딸을 골탕 먹이려는 아빠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아, 딸과 남편은 1개의 손가락이 남았고, 나는 2개로 선도를 달리는 상황이었다.
남편보단 딸이지. 나는 은율이를 도와줄 요량으로 이렇게 말했다. 배 나온 사람 접어. 남편은 배 안 나왔다며 빡빡 우겨댔지만 여자 둘이 합심하여 공격하는 통에 꼴찌를 확정 짓게 됐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은율이 이런다.
- 엄마는 왜 안 접어?
다음날 아침, 셋 다 느지막이 일어나 침대에서 꾸물럭 거리는데 은율이 또 게임을 하자 했다. 이기고 싶은 은율이는 부모 접어, 와 같은 공략을 쓰며 독자적으로 나아갔다. 와중에 남편은 이랬다. 귀여운 사람 접어. 아놔. 그래서 나는 뀨우- 앓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접었다. 반면 은율이는 접지 않았다. 넌 왜 안 접는데? 우리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