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얌마, 니 꿈은 뭐니?”와 함께 세계로

인사팀장 엄마가 아들에게,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든 직장인에게

by 지원하다

Ep.15


우물 안 개구리의 고백


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외국계 인사부라는 우물 속에서만 살아왔다. 그래서 우물 밖 세상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우물 안에서라면, 어디를 짚고 어떻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은밀한 속사정까지도 이제는 어느 정도 말해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랑하는 아들 개구리가 있다. 그간 품 안에서 정성스레 키워온 세월이 길었던 만큼, 이제는 세상으로 내보내야 할 때임을 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아직 천천히 놓아줄 준비를 하고 있다.


도버해협의 밤바다를 홀로 건너던 이십 대의 내가 떠올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차가운 바닷바람의 짠내와 머리 위에서 쏟아지던 낯선 별빛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그날 밤, 그때 내 심장은 분명 쿵쾅거리며 두근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곧 사회로 나가는 아들을 보면, 그때의 내가 겹쳐 보인다. 같은 두근거림, 같은 막막함. 그래서 곧 자신만의 길을 떠날 아들을 보며, 그저 응원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좌충우돌하며 부딪혀온 시간들뿐이지만, 그 경험들이 그 아이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란다.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진심이 담긴 이야기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물 안에서 얻은 나침반


우물 안 개구리 엄마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베이비 개구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것이 바로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그리고 이 마음은 아들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도 닿았으면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랑 너무 다른데? 그리고 이건 당신 세대 얘기잖아요.”


맞다. 세상은 변했고,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네가 겪을 세상도 너의 현실이고, 내가 겪은 세상도 내 현실이다.
그리고 사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일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고, 태도가 실력을 이긴다.


나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우물의 한길을 파고들다 보니, 이제는 그 우물의 깊이와 모양을 나름대로 설명해 줄 만큼은 된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이 우물에 도전해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안에는 함정도 있고 미끄러운 길도 많지만, 여기, 저기를 짚어가며 올라가면 돼.”


이런 말을 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치트키 하나쯤은 되지 않을까.


세계로 향한 시선


다행히 내가 경험한 우물들은 꽤 괜찮았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있으면서도, 세계를 넘나들며 일할 수 있었으니까.
매일이 도전이었고, 때로는 버거웠지만 해볼 만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는 일이 즐거웠다.


아들은 내 길을 그대로 따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일한다’는 건 결국 세상 속에서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건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온 우물 속 경험을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언젠가 그 아이가, 혹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길을 잃었을 때, '아, 이런 길도 있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바란다. 아들이 나보다 더 큰 우물을 팠으면 좋겠다.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고, 세계라는 무대에서 자기만의 물길을 만들어가길.

시야를 넓히면 세상은 훨씬 재밌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전략이 되고, 전략이 곧 기회가 되니까.


자랑스러운 한국인, 그리고 BTS


외국에 나가보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


한국 안에서는 지지고 볶다가도, 밖에 나가면 모두가 한국의 홍보대사다.

일본 편의점 한켠을 차지한 BTS 굿즈를 보고 뿌듯했고, 해외 동료들은 먼저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다.


“너 그거 봤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진짜 감동이야!”


외국 동료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미국에서 삼성 폴더블폰을 펼치는 나를 보고 동료가 “Beautiful phone~!”이라며 감탄하던 순간엔 국뽕이 차올랐다.


이런 문화와 기술의 나라에 산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내가 일하는 글로벌 회사의 헤드 역시 딸과 함께 BTS 콘서트 투어 패키지로 한국을 찾았다.
1:1 화상미팅 때마다 멤버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BTS 굿즈로 채워진 서재에서 정국의 앨범을 자랑스레 꺼내보여 주던 그녀가 “드디어 한국으로 간다”며 들뜬 얼굴을 보였을 때 나도 덩달아 흐뭇했다.

그리고 그 모녀가 한국에 다녀간 뒤 나도 궁금해져서 ‘Run BTS’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 그건 내가 혼자 밥 먹을 때 함께하는 즐거운 밥친구가 되었고 오늘도 난 러닝머신 위에서 BTS의 무대 영상을 보며, 그들과 함께 뛴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을 들으며 청춘을 보낸 세대의 나는, 이제 아미 입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얌마, 니 꿈은 뭐니?”


BTS의 노래 ‘No More Dream’에서 던진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얌마, 니 꿈은 뭐니?”

‘너의 길을 가라, 단 하루를 살아도 뭐라도 하라.’


이 노래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외침이자,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청춘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다.

요즘 세상은 빠르다. 꿈을 꾸는 법보다 효율과 스펙을 먼저 배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
“거울 속의 나는, 내가 바라던 모습인가?”


오늘 하루라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장 아닐까.


인생의 네 가지 질문


『소셜 애니멀』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가 책 속에서 던진 네 가지 질문이 마음에 와닿았다.
언젠가 눈을 감을 때, 인생을 돌아보며 나도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들이다.


•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 나는 지식의 강물에 보탬이 되었는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 나는 세속을 초월하는 경험을 했는가?
• 나는 사랑했는가?


아직 완벽히 대답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마지막 질문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나는 사랑했다.
아들을, 사람들을,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을.


그 사랑이 나를 우물 안에 가두지 않고, 우물의 벽을 발판 삼아 조금씩 더 멀리 보게 만들었다.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급여명세서를 일일이 손으로 나눠주던 시절부터, AI 비서를 일상 도구처럼 쓰는 오늘까지.

세상은 변했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과 태도.


기술은 일을 빠르게 만들지만, 태도는 일을 ‘되게’ 만든다.


태도는 동양적으로 겸손하게,
생각은 경계 없이 글로벌하게.


이 두 가지는 시대를 넘어 통하는 진리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내 아들에게,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얌마, 니 꿈은 뭐니?”
그리고 오늘, 너의 길은 어디쯤 와 있니?


질문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글들을 쓴 이유는 충분하다.


Thinking Box | 생각 정리 노트


오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나?
(What kind of dream am I pursuing today?)


내가 걸어온 길에는 어떤 배움이 남았는가?
(What lessons remain along the path I’ve walked?)


나는 일을 ‘빠르게’가 아니라 ‘되게’ 만들고 있는가?
(Am I working fast — or working right?)


❤️ 그리고, 나는 사랑했는가?
(And… have I truly loved?)

keyword
이전 14화AI 시대, 살아남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