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정벌레 Apr 09. 2021

무엇이라도

이패인 자리를 채울 순 없을 것입니다

소중한 것이 또 하나 떠났습니다. 

남루한 내 인생에 후회를 남긴 채로요. 


난 자리에 무엇이라도 쑤셔넣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넣고 또 다시 게워 내게 합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는 것이 내 자신을 외롭게 하는 일이라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내 마음을 구깃하게 하는 일이라서 


이해한 것을 소화시키고 나면 거울 너머의 내 모습을 똑바로 보아야 해서요 


지금은 이 패여 푹 꺼진 자리를 에둘러 돌고 돌며 울어댈 뿐일 것입니다. 


다시 성급하게 발자국을 떼고 싶어질 적에는요, 

또 다시 마음이 달궈지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을 떼어내어 아주, 아주 추운 곳에 버려 두고 

후회를 엮고 엮어 그물 쳐 두고요 

불어오는 한 조각 바람에도 아주, 아주 냉정해질 일인 것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서나 다시 앞을 볼 것을. 

작가의 이전글 마지막에 잃을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