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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Jul 01. 2023

그릇이 작아 슬픈 짐승

진심의 축하를 할 수 없어 미안해, 그냥 내 상태가 그래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하고 아기를 낳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드디어 부모님도 결혼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시골에서 방구석을 긁고 있다. 애인도 남편도 없는 채로, 그리고 아마도 당분간 그런 계획은 없을 채로. 


여전히 작은 돈을 받으며 생활을 연명하고, 아등바등한다. 

성장에 대한 압박을 늘상 받으며, 이제 증명해야 할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며. 


친구들의 소식을 듣는다. 

결혼을 하려고, 승진을 했어, 좋은 곳으로 이직을 했어. 


미안하게도 너희들의 성공을 나는 기쁘게 축하해 줄 수가 없다. 너희들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임에도 그렇다.

아 맞다. 나는 원래 친구들의 기쁨을 백프로 축하해 줄 수 없는 조금 비뚤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너희의 인생의 변화에, 너희들이 가진 것에 자꾸만 내가 가진 것들을 대어본다. 너무도 다른 카테고리라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확실하게 나는 가끔 초라해진다. 


이 초라함이 주는 박탈감은 나를 가끔은 조금씩 누르고 어쩔 때는 무겁게 누르는데, 이렇게 눌리다가 어느 곳이 망가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님에도, 내가 노력해 본 것이 아님에도 자꾸만 그것들을 부러워하고 하다못해 어떤 날은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건 확실히 자격지심에 속한다. 너희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에 그치지 못하고 너희들의 인생마저 내가 폄하하기에 이르렀다. 나 혼자 아등바등 살다보면 어쩔 땐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 시키면 돼. 라는 말만 들어도 알러지가 생기는 그런 느낌이라고. 


남편과 2인분의 밥상을 차리고, 

월급을 모아 청약하고, 

그 집에 이사를 하고 가구를 넣는 삶.

다음 승진을 준비하고, 

금요일 저녁엔 작은 술상을 차리고, 

때때로 가족 계획을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삶을 동경하기에는 너무 팍팍한 인생을 살고 있다. 

감히 결혼같은 것을 꿈꾸기에는 너무 빈곤하다. 

그러니 자꾸 그 사실에 집착하지 말자고. 

다른 사람의 삶은 그의 것이고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누구나 고충이 있겠지만, 내가 알 필요도 없다고. 

무언가에 자꾸 집착하면 그만큼 괴로워질 뿐이라고. 


내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고. 

나는 그게 최우선이라고. 

자꾸만 우선적인 것들이 많아 슬프게도 느껴지는 한 때도 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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