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의미와 보람을 부모가 찾아 먹여줄 수 없기에, 아이 스스로 조금씩이나마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Think Week"를 해보았다. 빌 게이츠처럼 철저히 혼자서 외딴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독립적인 환경을 확보해주면서.
홈스쿨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여전한 코로나로 인해 다른 공간을 찾아 다양한 것을 직접 배운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검정고시에 우선 집중을 하기로 했지만 책상 앞에 앉아 강의 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의 의미 없는 표정을 종종 보게 되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침 남편도 재택근무 중이던 날 긴급 가족회의를 제안했고 거실에 모여 앉았다. 아이는 공부하는 것이 지루하고 의미가 없으니 책상에 앉아 딴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다고 고백했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빌 게이츠가 매년 두 번씩 가졌다는 "Think Week"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위한 시간이었을 테지만 그 시간의 알맹이는 각자 선택하기 나름, 우리는 '배움'에 대해 정해진 틀 없이 생각해 보는 일주일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번을 시작으로 아이가 원한다면 정기적으로 "Think Week"를 이어가 보자고.
'멈추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홈스쿨의 큰 장점이다.
단 한 번의 이런 시간으로 배움의 의미나 정답을 찾으라는 건 전혀 아님을 강조해주었다.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자고. 이런 시간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배움이 무엇인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그리고 시작된 첫 "Think Week". 그 기간 동안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뒹굴뒹굴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느긋하게 생각 중일 거라고 믿고 참는 일이었다.
처음 이삼일은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책을 꺼내 읽어보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자주 앉는 생각하기 좋은 의자를 빌려 앉기도 하는 등 의욕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점점 '일주일이 길 수도 있겠구나' 느끼게 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아이는 결국 생각은 이쯤 하고 다시 공부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마냥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고, 마냥 빈둥거려도 기다려줄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배움'에 대해서만 생각하려니 일주일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왕 특별하게 보내보기로 했으니 공부는 쉬고 읽고 싶은 책 읽으면서 첫 번째 "Thinkweek"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성향과 연령에 따라 "Think Week"가 될 수도, "Think Day"가 될 수도, "Think Time"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중요한 건 한 가지 생각에 여유를 가지고 몰입해보는 것이다. 이 시간이 그대로 버려질지, 어떤 거름이 되어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어떠하든 아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어주리라 믿고 또 한걸음 걸어가 본다.
(아래는 아이의 허락을 받아 그때 작성했던 아이의 생각 주간 후기를 수정 없이 덧붙인다.)
드디어 한 주 간의 think week가 마무리되었다. 이 특별했던 일주일을 살면서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거 같다. 많은 생각을 따라가다 '생각'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생각은 '움직임'인 거 같다. 짧게는 내 몸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이 사회까지. 이런 중요한 일을 충분히 할 시간이 있었어서 감사했다.
이번 한 주는 '배움'에 대한 내 시선을 움직여 보기로 했었다. 사실, 모든 사람의 바람 중 하나가 아닐까? 바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배울 점이 많은 스승님들이 참 많다. 나도 그분들처럼 되려면 우선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배우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가는 듯했다. 배움을 다시 시작할 내일을 기다리기도 했다.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번 think week를 제안해준 우리 엄마 아빠께 감사하다. 두 분은 내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스승이다❤” (202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