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에 따라 흐려지고 사라지고,
어떤 나는 흐려진 것을 붙들고 기어코 흔적을 찾아내어
방향을 잡아 걸음을 옮기고,
어떤 나는 흐려진 것을 의심하고 결정을 꺼내어
거듭 뒤를 돌아보더라도 방향을 돌린다.
그때는 옳았던 것들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고 틀려지고,
어떤 나는 그때의 그것을 여전히 기준 삼아
방향을 잡고 인생을 살고,
어떤 나는 그때의 그것을 후회하고
방향을 돌려 다른 걸음을 시작한다.
이십 대의 나는 그때 최선을 선택했고
오십 대의 나는 이때 최선을 선택하고,
흐릿해진 이정표가 선명했던 때를 믿고
실수를 선택했던 어떤 나를 믿어주고,
이정표가 흐릿해지는 시간 속에 선택을 쌓으며
그 시간 속의 어떤 나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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