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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Mar 28. 2024

할머니의 봄

앞서 걸으시던 할머니

왼쪽 갈래길로 두어 걸음 가시더니 뒤돌아오신다.

툼한 분홍 겨울옷을 입으셨다.


길을 잃으신 건가 눈을 맞춰드리려니

나를 스쳐지나 담벼락 개나리에 눈을 맞추신다.

두 손을 올려 개나리를 핸드폰에 담으신다.

펴지지 않는 허리에 힘없이 올라가는 어깨가 흔들리지만

도와드리려는 마음을 거둔다.


그 봄은 할머니의 것이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생각보다 오래 웃어진다.

괜스레 감사하다.

걸음이 재미진다.


할머니가 나에게 주는 봄이다.




사진은,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섰던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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