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이었나 오빠가 나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었다. 제발 신앙서적 말고 다른 책들도 좀 보라고. 그때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저 내가 종교를 가진 것이 싫어서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오히려 종교 관련 출판물은 거의 읽지 않고 있다. 오빠가 내게 했던 말의 의미도 이제는 안다. 타자의 눈으로 보기에 치우쳐 있는 내가 안쓰럽고 답답했을 것이다. 반드시 관련 출판물만 읽는다고 해서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솔직히 요즘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책은 대부분 소설이다.
소설도 3,4년 전만 해도 거의 읽지 않는 책이었다. 부모교육 관련 실용서나 진심이 느껴지는 에세이, 얕은 지식에 도움이 될만한 인문 교양 도서들만 읽어 왔다. 그러다 깊이 있는 소설이 주는 감흥에 매력을 느끼고 최근에는 거의 소설만 집어 들고 있다. 심지어 흥미로운 소설은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 20대의 내가 그랬듯, 지금의 나 역시 균형 잡힌 독서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타 장르의 책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그 단순한 이치를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
걷고 있는 순간에는 내 걸음이 균형 잡혔는지 기우뚱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누군가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보여줄 때에야 제대로 인식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골반의 한쪽이 기울어졌을 때에야알게 되기도 한다. 오래전 오빠의 말을 듣고 '그런가?' 하고 잠시 생각해보기라도 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내가 했던 선택이 모여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서도.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대한 조언은 아직도 여전히 쓰지만 잠시라도 생각해 보기로 해야겠다. 긴 시간이 지나 저울을 놓고 종교 서적만 읽던 시기, 에세이만 읽던 시기, 소설만 읽던 시기, 또 그다음... 모두를 저울질해 볼 수 있다면 그 나름의 균형이 만들어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십 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현시점에서도 어지간히 균형을 이루면서 살고 싶기에 조언에 귀를 좀 열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