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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Sep 09. 2021

사회성에 대한 생각

아이의 사회성 걱정 & 책수다 열네 번째, 열다섯 번째

홈스쿨을 하기 전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이 사회성은 어떻게 해요?”, “친구가 한창 중요한 나이인데 외롭지 않을까요?”와 같은 류이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의 표정에는 대부분 걱정이 묻어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홈스쿨 이전에도 지금도 크게 하지 않는다.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딱히 대책을 마련해 둔 것은 아니었고 단지 믿는 구석이라면 초등학교 6년 동안 아이가 보여준 사회성 정도인 것 같다. 친구들과 무난하게 잘 어울렸던 터라 앞으로 학교 밖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믿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홈스쿨을 하면서 오히려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와 다르게, 홈스쿨 시작을 고민하던 시기에 아이에게는 이런 류의 걱정과 함께 몇 가지 걱정이 있었더랬다. 우리 부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가진 걱정을 알게 된 기회가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때는 아이의 마음이 홈스쿨보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던 시기다.- 여름방학 중 “최인아 책방 어린이 책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책을 좋아하는 안이에게 잘 맞을 것 같다며 정보를 주었는데, 처음엔 한 시간 삼십 분 거리를 다닐 자신이 없어 시큰둥했다가 그 프로그램의 선생님이 “임하영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임하영 작가는 홈스쿨에 대해 알아보던 중에 한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학교를 전혀 다니지 않고 책과 여행 등으로 연결된 다양한 만남을 통해 생각의 힘을 키워온 홈스쿨러였다. 그런 과정이 우리가 그려보던 그림과 결이 비슷해서 계속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는데, 이렇게 직접 만날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당시 스무 살 정도였던 것 같다.)


4회에 걸친 책 읽기 프로그램을 끝낸 후 부모도 함께 참석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때 아이는 손을 들어 이런 질문을 했다. “학교를 안 다녔는데 외롭지는 않았나요?”라고. 아이가 손을 들 때까지 그런 질문을 할 줄은 전혀 몰랐기에 놀란 상태로 그의 답변을 들었다.

“아, 저는 친구가 꼭 나이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교를 다니지 않은 덕분에 나이가 많으신 분부터 저보다 어린 동생까지 다양한 친구가 생겼고 저는 그것이 더 좋았습니다.” 삶이 녹아들어 확신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홈스쿨러의 삶을 직접 살아온 선배의 답변은 힘이 있었고, 그 확신은 아이의 마음에도 제대로 가 닿은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임하영 선생님이 그리 대답해줘서 좋았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 선택한 길이 다르다고 해서 그동안 이어져온 친구 관계가 뚝 끊어지지는 않는다. 아직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도 있다. 물론 학교에서 또래들과 온몸으로 겪으며 다져저가는 사회성도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선택이고, 이로 인해 각자 만나는 대상이 달라질 뿐이다.


모든 아이들이 같은 나이에 같은 것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우리 가정의 홈스쿨 전반에 흐르는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모두 같은 나이에 대학생이 되고 같은 나이에 취업을 하는, 어쩌다 정해진 이 사회의 속도를 가능한 모른 척하고 싶다. 그 속도에 비교해서 아이의 속도가 늦어지면 초조해지는 그 불필요한 조급함을 굳이 가져오고 싶지 않다. 홈스쿨에서 사회성뿐 아니라, 학습, 사회의 편견, 진로 등 걱정할라치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방향이든 우리가 하는 선택을 좀 더 믿어준다면 어떨까. 했던 선택을 믿고 서로를 믿고 아이를 믿고 간다면 선택한 길 앞에 놓이는 걱정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최인아 책방의 어린이 책 읽기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우리는 임하영 작가의 책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으로 열네 번째, 열다섯 번째 책수다 시간을 가졌다. 이 날은 서로의 홈스쿨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깊이 아는 기회가 되었다. (편의를 위해 표기를 이렇게 표기합니다. 남편:훈, 아내:화, 아이:안)     

     




열네 번째 책수다_ 2018년 8월 26일

수닷거리 준비: 훈     


1) 책을 읽고 전체적인 느낌은?

: 홈스쿨링에 대한 걱정을 좀 해소시켜 준 책이다. 공부가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홈스쿨링에 상관없어지더라도 이 에피소드 중 하나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홈스쿨링에 대한 신뢰를 주는 책이다.  

: 홈스쿨링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끊임없이 공부가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공부’인 것 같다. 나이에 비해서는 대단하지만 아직은 덜 다듬어진 느낌도 있다.

작가는 성장, 배움, 공부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을 던졌고, 온몸으로 답을 찾아간 것 같다.    

 

2) 왜 에필로그가 없을까? 추측해보기.

: 4장 내용이 맺음말 역할을 해줘서. 특히 4장의 마지막 문단.

: 아주 현실적으로 인쇄 페이지 수를 맞추기 위해서.

: 그 배움이 아직 젊은 나이라서가 아닐까.     


3) 임하영-안(아이), 임하영 가족-우리 가족 / 공통점과 차이점은?

(답변들이 너무 개인적이어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생략하는 것으로)     




3주 뒤, 열다섯 번째 책수다_ 2018년 9월 16일

수닷거리 준비: 훈     


1) 임하영 군에게 보낸 홍세화 선생님의 메일에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중,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인간성의 항체’ 이 두 가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인간성의 항체는 나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 촛불집회 같은 것.     


: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뇌물- 사람은 원래 선량했을 텐데, 점점 욕심을 부리면서 뇌물을 주게 된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고 싶거나 자식을 잘 봐달라고. 그렇게 뇌물을 주면서 정직을 잃어가게 되는 것.     

: 뇌물이 나쁜 이유는 공정하지 않아서 나쁜 것이다. 반칙이다.     

: 집값- 이것이 가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2)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왜 키워야 할까? ‘인간성의 항체’만 키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 그 능력을 키워야 인간성의 항체가 키워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사회 문제가 있을 때 항체를 드러낼 수 있다.     

: 안이 말한 그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 문제를 인식하는 힘, 말할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그런 힘이 있어야 안이가 말한 대로 때에 맞게 드러낼 수 있게 되고.

: ㅇㅇㅇ 의원이 생각난다. 열심히 공부해서 올바른 능력을 가지고 국민들을 위해 그 능력을 쓰는 것.

손흥민 선수 아버지도 생각난다. 자기가 가진 돈을 아들만을 위해서가 아닌 축구계를 위해 쓸 줄 아는 것.  

   

3)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란 뭘까? 좀 더 생각해보자.

: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 의사소통 능력, 인내력.     

: 체력, 사랑하는 힘, 질문하는 능력.



2018년 8월의 최인아 책방/ 책 읽기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책수다 기록 사진



*임하영 작가의 저서: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소년여행자> (두 권 모두 천년의상상 출판).

현재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단 한 번도 학교에 간 적 없는 스무 살 하영이의 진짜 공부 이야기>는 절판되었고,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혼공으로 미네르바 대학 가다>로 개편되어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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