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도움이 될만한 tip 1-8
앞선 썼던 글에서 한 달 간의 여행으로 홈스쿨을 시작 준비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주변으로부터 아이가 기억할만한 무렵부터 여행 다니라는 말을 들어도 꿋꿋이 여행을 다녔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아이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고, 아이와 우리 부부의 마음에 쌓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1년에 평균 15회 정도는 여행을 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까지.
1년에 한 번은 꼭 ‘긴 여행을 가자’ 해서 최대한 휴가를 끌어모아 2주 여행을 했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는 것보다 “지금”을 선택했다. 아이의 사교육을 최대한 줄여 운동 하나 정도로 유지하고 거기서 아낀 돈을 여행에 쏟았다. (대부분 국내 여행이었고, 가족 전체가 나간 해외여행은 딱 한 번이었다.)
남편도 나도 싱글일 때부터 여행을 즐겨 다닌 건 아니었다. 그럴만한 형편도 전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기 전, 결혼 1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덜컥 유럽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 '여행을 위해’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생긴 퇴직금이 우리의 여행 자금이 되었다.
그 여행이 우리 부부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다면 짧은 한 달이었지만, 지금 결혼한 지 16년이 되도록 우리 두 사람에게 묵히고묵혀 귀한 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때때로 꺼내어보는 맛이 세월이 지날수록 깊고 은근하다.
여행만이 줄 수 있는 배움과 희열을 알았기에 아이에게 입시를 목표로 눈 딱 감고 달리라고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문제집 한 권을 끝내는 것보다 긴 여행 한 번이 주는 깊이에 이미 기울어져 버렸기에.
우리 가족의 여행은 계획을 많이 가지고 출발하진 않지만, 아이와 함께 계획을 한다. 처음엔 아이가 가고 싶은 곳을 한 곳, 두 곳 일정에 넣기 시작하다가, 초등 4학년 때 제주로 열흘간 여행을 가면서 3일씩 나눠서 일정을 계획했다. 매해 제주 여행을 다니던 터라 익숙하기도 했고, 제주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거리가 한정되어 있으니 아이의 계획대로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맡겼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는 우리가 묵을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물어보더니 컴퓨터 모니터에 지도를 띄워놓고 어지간한 거리에 있는 곳들로 여행지를 정했다.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쳐 고맙게도 가고 싶은 식당까지 정해주었다. 이 무렵이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시기이다. 십 대 중반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덜 고민하더니 덜 정성스런 계획표가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우리 부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어느 날 갑자기 또다른 식의 계획표를 내밀 수도 있으니.
그리고, 아이의 일정대로 움직인 날은 신경 써서 리액션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일정이 혹시나 실망스러울까 봐 내심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제주로 가는 동안 알게 되었고, 아이의 수고가 헛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물론 아이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일정을 전달해준 시기부터는 우리도 물론 리액션에서 자유로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대부분 막혔지만, 머지않아 마스크와 함께하는 조심스러운 여행이 자연스러워지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경험한 것 중에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팁을 몇 가지 공유하려 한다.
tip 1) <함께 계획하기>
식당 한 곳이라도 아이가 정한 일정이 있으면 아이가 조금은 더 여행에 적극적이어진다.
tip 2) <주제곡 정하기>
‘그 여행’을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주제곡 정하기. 여행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음악(노래)이 생기거나 일부러 자주 듣기도 한다. 매 여행에서 주제곡이 만들어지긴 어렵지만, 일상을 지내다가 ‘그 음악’을 들으면 다 함께 ‘그 여행’을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 잠시 행복해진다. 가족 모두가 아는 곡이면 더 좋다.
tip 3) <폴라로이드 찍기>
여행 중에 딱 한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여행을 대표할 수 있을만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날짜와 간단한 메모를 써서 집 안의 정해진 공간에 이 사진들을 걸어두면 오가며 여행을 추억할 수 있다.
tip 4) <초성 퀴즈>
주로 여행을 다녀온 직후 처음 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좋다.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게임에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운전하는 아빠나 엄마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_게임 방법: 여행에 관련된 것에 대해서만 문제를 낸다. 예를 들면, “ㅎ,ㅁ,ㅌ”이라고 문제를 주고, 맞추기 어려워하면 하나씩만 힌트를 준다. “여행 둘째 날에 관련된 거야”, “아빠가 제일 좋아했어”, 그래도 모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메뉴야~” 그 정도면 답이 나온다. “아, 해물탕!”
맞춘 사람이 다음 문제를 내기도 하지만, 아이가 맞추기 어려워할 나이라면 순서대로 돌아가며 하는 것이 좋다.
tip 5) <스티커 붙이기>
전국 지도를 구입해서 다녀온 곳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는 재미가 있다. 붙이다 보면 스티커가 허전한 곳이 보이고, 그렇게 되면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 이제 ㅇㅇ 지역 쪽으로 좀 가야겠네”라는 아이의 제안을 기대해보기도 하면서.
tip 6) <짐 싸고 풀기는 다 함께>
짐을 싸고 푸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인데다 귀찮은 일이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이 일을 전담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여행 가기가 어려워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식구들의 슬리퍼를 챙기는 한 가지 임무만 맡겼다. 이름하여 “신발 담당”. 긴 여행이나 바닷가로 갈 경우 슬리퍼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고 아이는 여행용 신발주머니에 가족들의 슬리퍼를 챙겨 넣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도 아이가 책임지고 신발을 챙기도록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크면서는 여행 짐 체크 리스트를 공유해서 같이 챙겼고, 짐을 풀 때는 자기 짐 위주로 정리를 한 뒤, 먼저 정리한 사람은 공동의 짐을 정리했다.
tip 7)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않는다>
짐 싸고 푸는 것보다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더 큰 요인은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않기이다. 우리 가족의 경우는 가능한 한 숙소는 여행지 근처에 있는 국립 자연휴양림을 이용한다. 2주 여행의 경우 1박에 8만 원 정도 선에서 고르고, 2박 3일 정도의 경우는 십만 원 초반대에서 고르기도 한다. 식비에서도 절약하는데 아침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점심 한 끼는 푸짐하게 먹는다. 이를 위해 늘 가벼운 장바구니 하나를 챙기고 여행 첫 날 일정은 장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tip 8) <따로 걷기>
걷기를 좋아해서 여행 스케줄 중에 걷는 시간을 갖는데, 작년부터 아이가 제안해서 각자 걷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각자 귀에 준비해 간 이어폰을 꽂고 듣고 싶은 것을 듣다가 만난다. 주로 바닷가에서 이런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시야에서 사라지진 않는 장점이 있고, 파도소리와 음악이 꽤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곡을 듣고 좋았는지도 공유한다.
물론 여행이 정답은 아니다. 왜 여행일까 문득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얻은 답 중 하나는, 여행을 하다 보니 일상에서도 여행 온 듯한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집 밖을 나가 내 눈앞에 닿은 햇살을 보며, 그 닮은 햇살을 봤던 여행이 떠오른다. 슬리퍼를 끌고 잠시 집을 나온 것뿐이어도 그런 날을 괜스레 마음이 좋다. 일상이 고마워진다. 마찬가지로 비를 보면서도 ‘그 여행’에서 보았던 비를 떠올린다. 여행과 닮은 일상이 쌓일수록 마음이 조금씩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