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 말에 거부감이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라고 썼지만 아마도 2014년 이후부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선생님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 말을 하게 된다. 나도 그 말을 들으며 자랐고 나 또한 이 말을 하며 아이를 키웠으니 참 오래된 말이기도 하다. 오래된 만큼 당연한 말이 되어 그 말을 하면서도 의미를 담거나 달리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품처럼 절로 나오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듣게 될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로 계산하면 최소 15년은 족히 될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만 듣는다고 계산하더라도 천 번을 넘게 듣게 된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많이 듣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부모가 습관처럼 하는 말이 되어버려서 아이도 특별한 의미 없이 듣는다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이들이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은 당부를 과연 그 대상인 선생님은 몇 번을 들을지 궁금했다. "아이들 말 잘 들고!"라는 말을 교직에 있는 동안 몇 번을 들을 수 있을까. 물론 상대적으로 네모난 교실 안에 선생님은 한 분이고 아이들은 20명(한 학급당 평균 학생 수)이니 아이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도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누군가가 "아이들 말 잘 듣고!"라는 당부를 해 줄 수 있다면 조금은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이 습관처럼 듣게 되는 말일지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듣는 말 중에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말들이 있다. (어째서인지 그런 말들은 대부분 "~(하)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아이 성향에 상관없이 듣게 되는 오래된 말들이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고."
"어른들께 인사 잘하고."
"부모님(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동생한테 양보 잘하고."
아이 입장에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친구와의 대화가 아직 서툰 아이, 용기 내어 어른들께 인사했다가 반응 없음으로 여러 번 민망했던 아이, 부모님이 늘 화만 내는 아이, 공부가 즐겁지 않은 아이, 매번 동생에게 뺏기는 아이...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이런 당부는 어쩌면 더 움츠려 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베스트셀러에 자리하는 정혜신 님의 <당신이 옳다>의 내용 중에 대화할 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이런 귀한 내용을 어른들 사이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라도 적용할 수 있다면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존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습관이 되어버린 말이라 이미 "선생님 말씀 잘 듣고"라는 말을 뱉은 다음이라면, 어차피 "~고"로 끝냈으니 하나 더 연결해 보면 어떨까.
"네 생각도 표현해 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