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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May 01. 2024

[리뷰] 단 한 사람 - 최진영

지금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수 천년을 한 자리에서 살아오며 모든 것을 겪었을 그 나무를. 그들이 바라본 우리 인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 긴 수명에 비해 찰나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을 살다 죽어가는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번민하고, 구원을 갈망하기도 하며 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이 존재하느냐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소설은 나무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와 인간의 삶을 매개시켜 그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현실이 아닌, 그렇다고 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저 사람이야'라는 -를 듣게 되면 그 사람을 구하는 '중개'를 하게 된 신목화, 그녀의 어머니 장미수, 그녀의 어머니 임천자의 이야기이다.
그 중개가 누구에게는 기적이요, 누구에게는 악마였지만 목화는 과연 그 일의 의미를 단정 짓지 않고 왜, 어째서라는 질문과 함께 의미를 찾아보려고 한다.
왜 단 한 사람 이어야 할까?
미비한 존재일 수 있는 한 사람이 바로 '나'이고, 내 삶은 나에게는 모든 것이다. 그것들이 모여 인류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 그렇기에 폭풍우 속의 빗방울, 폭설 속의 눈송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없다면 폭풍우와 폭설도 없는 것이다.
영원과 거시적인 안목에서만 삶을 바라보며 겸손을 배운다면 , 온전한 나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그 영원 속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 자리에서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나무, 단 한 사람, 내가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근래에 최진영 작가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아주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단 한 삶>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나무라는 생물의 의미를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연계시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독자들에게 그 마음을 지키며 언제도 당도할 안부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은 앞으로도 계속 읽어보고 싶어 진다.



'세월에 순응해 쓰러지거나 비바람에 뿌리째 뽑히거나 속부터 썩어 마침내 부러지는 나무는 숱했다. 쓰러지고 뽑힌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숲이 되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줄기는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기괴한 죽음은 300년이 몇 번씩 거듭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숲에서 보고 들은 죽음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므로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이별 또한 아니었다. 훼손이었다. 파괴였다. 폭발이자 비극이었다. (p. 19)'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p.155)'

'나무가 주는 생명은 은총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이라는 고통을 주려는 것인지도. 그러나 삶은 고통이자 환희. 인류가 폭우라면 한 사람은 빗방울, 폭설의 눈송이, 해변의 모래알. 아무도 눈이나 비라고 부르지 않는 단 하나의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은 금세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어쩌면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생명체라는 전체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아니라 오직 너라는 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고. (p.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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