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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만의 작은 서재 Sep 07. 2024

[리뷰] 폴링 인 폴 - 백수린

따뜻하고 눈 부신... 


최근에 믿고 읽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최은영('쇼코의 미소' '밝은 밤' 등), 최진영('구의 증명' 등)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백수린이다. 그녀의 글은 어딘가 모르게 빛이 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 여름의 빌라' '눈부신 안부' 이런 글을 통해 만나서였을까.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따뜻하고 눈부신 볕아래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차분하게 글이 읽힌다. 문장이 담담하면서 커다란 파문 없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책에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각의 글의 제목을 보며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낯선 이국에서 짧은 언어 실력으로 인해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러나 어느 순간 온전한 이해를 통한 진심에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여인의 이야기('거짓말 연습'), 나는 폴에게 빠졌는데 그 폴은 다른 이를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방법을 말해주는 이야기 ('폴링 인 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이름 지어진 것들에 대한 혼란 ('감자의 실종') 사로로 인해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워진 남편이 쏟아내는 낯선 말들 ('꽃피는 밤이 오면') 새로 생긴 자전거로 인해 관계의 균열이 생기는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동거인들('자전거 도둑')..
당연한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내 방식이 온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낯섦과 동시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임을 인정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안도와 함께 내 마음 한 구석도 휴~ 하는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런 다정함이 있는 글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내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사소한 차이들을 결코 제 대로 전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여기 우리의 대화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말이 참 인지 거짓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에 진실한 것 이 하나라도 존재했다면 그것은 다만 우리가 끊임없이 서로에 게 말을 건네고 있는 행위, 그것뿐이었을 것이다. ('거짓말 연습'中 p. 31)'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 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내게 실연을 안겨준 그가 더 이상 원망스럽지만은 않았다. 실연당한 여자의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그가 해준 이야기가 내 초라한 사랑에 대한 그만의 응답처럼 느껴졌기 때문에.('폴링 인 폴' 中에서 p. 64)'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모자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위안을 느꼈다. 우습게도 상대가 나보다 더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나는 상대에게 더욱 관대해졌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전거 도둑'中,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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