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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이은 Jun 15. 2024

학습 조직의 시작점, 겸손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 #겸손 #강점중심

센-델라니 리더십컨설팅그룹의 공동창업자이자 세계적인 조직문화 전문가인 존 칠드러스(John R. Childress)는 자신의 저서 <Leverage>에서, 조직문화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나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적 특징이 투영되어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죠. 기업이나 조직은 자신이 발붙이고 있는 공동체의 기대나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켜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에 따라가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며,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관이나 문화 또한 사라지는 것이죠. 따라서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내부적인 문화 혁신 활동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대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새롭게 들어오는 구성원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미래 세대들이 선호하는 문화적 양상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것이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것을 포용하고, 구성원들은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문화를 갖춘 조직을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라 부릅니다. 학습 조직의 대가인 피터 센게(Peter Senge) 교수는 자신의 저서 <The Fifth Discipline>에서 '학습 조직'이란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새롭고 발전적인 사고 패턴이 촉진되며, 조직 내 모든 단계에서 끊임없는 학습이 일어남으로써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조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존 관념이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학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뇌과학자인 모기 겐이치로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뇌와 과거를 떠올리는 뇌를 이용해 지금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지만 우리 뇌는 습관적으로 과거의 뇌에 지배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합니다. 즉,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도 대체로 이런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자연스레 생각한다는 것이죠. 과거에 빗대어 미래에 제약을 가한다는 뜻입니다. 개인도 이렇게 관행을 뛰어넘기 힘든데,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이 모인 조직에서 굳어진 것들 깨는 것은 더욱 힘듭니다. 동조 압력(Peer pressure)이 작동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요한 것이 동조 압력에서 벗어나 아주 작은 일탈이나 시도, 변화, 도전 등을 인정해 주는 시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관행처럼 되어 있는 것들이 조직 내에 존재한다면 이를 조금 깨트려보는 장소나 시간을 정해 보는 것이죠. 위계적인 관행이 있다면 특정 장소에서는 위계를 없애고 제일 막내가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거나, 특정 주간에는 모든 결재 단계를 두 단계 이내로만 허용하는 것이죠. 사실 Wor Room, Session-C 등이 이런 역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작은 시작을 위해 필요한 시공간과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겸손한 리더입니다. 겸손(Humble)을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드가 샤인 교수는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높이는 것, 즉 다른 사람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겸손을 '지금 여기에서의 겸손(here-and-now humility)'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문제에서 내가 답을 찾을 수 없으니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고백하는 자세가 조직문화 차원에서 필요한 겸손함이라 강조한 것입니다. 


격변의 시대, 학습 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센게 교수가 강조한 다섯 가지 요소,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 정신모델 구축(mental models), 공유 비전(shared vision), 팀 학습(team learning),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 관점에서 조직을 진단하고 이런저런 방안을 세우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시도를 인정하는 시공간 그리고 이를 포용해 주는 겸손을 갖춘 리더라는 근간이 탄탄해야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변화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존 칠드러스. Leverage: The CEO's guide to corporate culture. 2013

모기 겐이치로.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2020

피러 센게. 학습하는 조직. 2014

에드가 샤인 외. Humble leadershi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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