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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Jan 19. 2021

코로나 시대와 '저렴'한 재료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



인정하기 싫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금방 끝날 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코로나가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정하기 싫어도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유례없는 경기 침체까지 불러온 코로나.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은 굶어 죽겠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나 역시 공방을 지속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긍정적인 효과라곤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 도대체 왜 발생한 걸까?






왜 이런 시련을?



코로나 19는 원래 박쥐가 보유하고 있던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박쥐가 보유하고 있을 수 있었다.) 서로 아무 문제없이 박쥐와 잘 살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 왜 인류에게 넘어왔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꼽는다. 인류가 동물들의 서식지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자 살 곳을 잃은 동물들이 인간과 많이 접촉하게 되었고, 그 결과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넘어왔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음대로 못 만나고, 여행은커녕 나들이도 마음대로 못 다니고, 경제적으로 큰 타격까지 입었으니 누구든 원망하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알고 나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결국 코로나는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과 동물을 무참히 파괴한 결과인 것이다.






경제 논리?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먼저 원가를 낮춰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경제 논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가를 낮출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임대료는 내 마음대로 낮추기가 어렵고, 임금은 내 노동력을 갈아 넣고 있으니 가장 쉬운 방법은 재료비를 낮추는 것이다.



비누 공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 중 대표적인 오일은 팜 오일과 코코넛 오일이 있다. 난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오일'로 유명한 팜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팜 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데, 그로 인해 열대우림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까지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팜 오일만큼은 아니지만 코코넛 오일도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렇게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존'을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공방인데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고민을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앞으로는 ‘저렴한’ 코코넛 오일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코코넛 오일만 사용하겠다고 공지를 올렸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일단 이윤을 많이 남겨서 살아남은 후 자연'보호'든 동물'보호'든 생각해야 될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저렴'이 숨기고 있는 것



불법으로 토지를 개간하지 않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서 생산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저렴'하기 어렵다. 들인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렴한 것'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자연과 동물을 희생시킨 후, 그 대가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저렴할 수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란 생각으로 산을 밀었고, 숲을 태웠고, 동물을 죽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풍요'라는 것을 맛봤고, 자연과 동물에게서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그 결과,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다.




코로나 때문에 인간 활동이 멈추자 일시적으로 생태계가 회복되었다는 코로나의 역설로 비추어 보면, 코로나는 오직 인간에게만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코로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들이 희생되었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저렴’에만 열광하는 우리의 태도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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