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굴복하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24년 6월, 직업적인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자친구와 이별한 후 홀로 만 30세 생일을 맞았다. 며칠간 우울감에 무기력해진 채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이전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공부나 일을 하면서 극복을 해나갔었는데 이번에는 번듯한 직장도 없고 사람들을 만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쯤 불현듯 깨달았다. 내 문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무렵 친한 대학 동기를 만났고 두 달 뒤에 있을 트라이애슬론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며 함께하자고 나를 졸랐다. 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를 3시간 30분 안에 주파하기. 약 5년 전에 아무 준비도 없이 10km 마라톤에 참여해서 1시간 3분이 최고 기록이자 유일한 기록이었던 운동 초보라서 엄두가 나지 않아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간 트라이애슬론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나약했던 과거를 버리고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전을 성공하면 내가 어느새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만 같은 막연한 환상도 머릿속 한켠에 있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잡념으로 쉽게 우울감에 빠지던 와중에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며칠을 망설였는데, 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떠나서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대회 55일을 남기고 제2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를 신청했다. 내가 미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