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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쌤 Sep 17. 2024

첫 철인3종 도전기 [5]

드디어 2024.09.01 D-day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 Friedrich Nietzsche.



트라이애슬론 대회는 보통 일요일 아침 7시반에 시작되는데, 전날 선수 등록 및 검차 (자전거 점검)와 수영 연습, 경기 설명회 등이 있기 때문에 전날 토요일 오후 2-3시 정도에는 경기장에 도착을 해야 한다. 


토요일 오전 9시 경에 친구와 자전거 2대를 차에 싣고 성남에서 익산으로 출발했다. '카보 로딩'을 핑계로 휴게소에서는 식혜와 공주알밤빵, 도착해서는 막국수, 메밀파전, 빵을 야무지게 먹었다. '카보 로딩'은 '글리코겐 로딩'이라는 말로도 불리는데, 마라톤이나 트라이애슬론 같은 장시간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체 내에 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을 근육과 간에 가득 충전시키는 방법이다. 고전적인 카보 로딩은 대회 약 일주일 전에 고강도 운동으로 체내 글리코겐을 소진시킨 후, 약 3일 간은 탄수화물 거의 없이 단백질과 지방만으로 식사를 해서 남은 글리코겐 마저 완전히 고갈시키고 남은 3일 동안 탄수화물 90% 식단으로 몸에 글리코겐을 충분히 축적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부족해서 우리는 대회 전날만 탄수화물 위주의 고열량 식단을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익산 맛집 진미면막국수, 그리고 역시 탄수화물은 분식이 최고


혹시 다른 사람들도 이 맛에 운동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 없이 고탄수화물 식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니 분명 축복이다. 그리고 등록 및 검차를 위해 익산철인3종경기장으로 향했는데, 안타깝게도 심한 녹조로 인해 수영이 취소되어 듀애슬론으로 종목이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녹조가 굉장히 심했다... 녹조 소식을 미리 듣고 취소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취소되니 굉장히 아쉬웠다.


첫 트라이애슬론 출전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쩌면 아직 트라이애슬론을 도전할 준비가 덜 됐다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이번에는 연습 경기로 생각을 하고 다음에 더 준비해서 트라이애슬론에서 더 좋은 기록을 세우면 되겠다. 



대회 당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미리 싸놓은 본죽을 먹고, 부스터 (카페인 250g)를 섭취한 다음에 경기장으로 향했다. 전날 미리 바디 넘버링을 붙여놨어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급하게 하느라 내 바디넘버링은 다 망가졌고 친구는 숫자를 반대로 붙여서 아침부터 웃느라 대회에 늦을 뻔 했다. 


경기장에 겨우 도착을 했고 몸을 풀었다. 전날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알고 그냥 휴대폰을 들고 뛰려고 했는데, 출발 직전 도열해있는 상황에서 옆에 있던 스태프가 휴대폰 반입이 안된다는 걸 알려줬다. 골전도 헤드폰도. 미리 허가되지 않은 전자제품은 반입불가라고 한다. 시계 없이 뛰어야 한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페이스에 신경 안 쓰고 내 한계를 시험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계가 없어서 몰랐는데 평소보다 훨씬 빨리 뛰고 있었다


놀랍게도 결과는 2시간 45분 10초. 3시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달리기, 자전거 모두 PB (Personal Best) 기록이었다. 이게 바로 '대회빨'이라는 걸까. 대회 중에는 내 바로 앞 사람만 보면서 그 사람과 페이스를 맞추거나 추월하거나 하며 페이스를 조절했는데 그게 오히려 스마트워치를 보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만약에 내가 첫 5km 달리기에서 5'00" 이내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하면서 속도를 늦췄을 것 같은데 그걸 몰랐기에 더 달릴 수 있었다. 


두달 가까이 함께 훈련해준 '나코치'에게 무한 감사


첫 출전인데 age group (동호인 30-34세)에서 38명 중 15등. 그동안 내가 내 한계를 규정짓고, 나약한 정신력으로 훈련했던 것 같아서 지난날을 반성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 뿌듯했다. 살면서 느낀 최대 성취감을 이날 느꼈다. 다음에는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입상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해야지.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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