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
"그렇게 똑똑한 체 하더니!
다시는 책 같은 것만 보면 찢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집안일이나 신경 써!"
토요일 아침, 아파트에 누수가 생겼다고 설비 아저씨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우리는 큰 아들을 친구 결혼식에 데려다주려고 일단 집을 나왔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파트 회장님이 전화로 우리 집에서 생긴 누수라 보험을 알아보라고 했다. 남편은 나보고 당연히 보험을 들었지 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사 오면서 새 집까지 들려고 하던 보험은 보험사에서 내진 설계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서 까다롭게 해서 보험을 들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룬 게 5년이 되었다. 기존 집은 작은 아파트였지만 별 탈이 없었는데, 새로 이사 온 아파트는 오면서부터 말썽이 많다.
아파트를 사고 2년 전세를 주고 이사 오기 6개월 전 세입자가 천정에 물이 핀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세입자와 우리가 서로 시간 맞추기 어려워 세입자가 이사 가고 고치기로 했다. 천정에 물이 핀 원인이 위층 누수인 줄 알았는데 스핑쿨러 누수로 보험해택이 안 되는 품목이라 우리가 해결해야 했다. 또 한차례 중앙 현관에 물이 떨어져서 가장 위층인 우리 집이 타깃이 되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우리 집이 아니라 다른 층 공동 배관이라 다행히 넘어갔다.
나는 예전에 아파트 공동 배수로 안면이 있던 터라 아저씨들에게 보험이 없는 우리의 사정을 좀 이해해 달라고 미리 부탁부터 했다. 다행히 전문가 한분이 누수 장비와 경험으로 화장실 세면대에 들어가는 온수 수도꼭지 안쪽에서 누수가 된다는 것을 찾아내었다. 타일을 깨고 온수 수도꼭지 연결 부위를 교체하고 타일을 붙이고 마무리되었다. 나는 하루 종일 아저씨들 곁에서 선풍기, 의자, 음료수, 과일을 대접하며 공사비 때문에 애가 탔다.
예전에 오신 아저씨 두 분은 영화에 나오는 "덤 앤 더"의 배우처럼 허술했지만 새로운 한분이 기술자였다. 재료비는 수도 연결 부분 교체, 비슷한 하얀 타일 두 조각을 잘라 덧대어 재료비는 적었다. 하지만 부른 것이 가격인 누수 공사라 어쩔 수 없이 부가세 20만 원을 포함 120만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부가세 명목을 빼고 현금으로 100만 원을 드리기로하고 끝났다.
이사 온 아파트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가슴을 졸이면서 그냥 넘어간 것이 내 불찰이다. 보험은 이렇게 사람이나 집에 문제가 생기면 적지 않는 돈이 들어가기에 보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은 어차피 벌어진 것. 잘 수습되기만을 기도할 뿐. 하지만 다혈질 남편의 맹공격을 나는 묵묵부답으로 들어야 했다. 탓한들 생긴 일이 사라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나는 남편이 뱅대기 속 같은 사람이라고 다시 생각하게만 했다. 이 일로 나는 큰 아들에게 엄마의 꿈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꿈이기에 이런 아빠와 산다!"라고 푸념했다. 이런 나를 누가 위로해 줄까?
멀리 캐나다에서 날아와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겠다던 아들이 친구 결혼식에 가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만약 공사하는 동안 아들과 같이 보냈다면 돈보다 귀한 하루를 망칠 뻔했다.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 드린 나에게, 푸념을 들어주고 공사비를 대준 아들, 나 때문에 뱅대기 속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