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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제비꽃 씨앗

저번에 운동 갔다가 공원에서 팬지 씨앗을 받아왔다.

팬지꽃이 많이 심어져 있어서 쪼그려 앉아

자세히 보니까 씨앗이 맺혀 있었다.

공짜로 팬지 씨앗을 얻게 돼서 감사하고 기뻤다.

요즘은 제비꽃류의 식물들이 씨앗을 맺는 시기인가 보다.

팬지인지 비올라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씨앗이 미세하고 담아갈 데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주먹을 쥔 채로 와야 했다.


팬지 씨앗은 제비꽃 씨앗과 거의 비슷하다.

씨방만 더 크고 통통한 것 같다.

씨앗이 익으면 세 갈래로 벌어지고

참깨 같은 씨앗들이 많이 들어있다.


늦게 핀 제비꽃 씨앗도 받았다.

제비꽃 씨방은 팬지보다 더 작고 얇고 뾰족하다.

역시나 세 갈래로 벌어지고 참깨 같은 씨앗이 들어있다.

씨앗을 세어보니까 한 갈래당 꼭 13개의 씨앗이 들어있었다. 

13개, 13개, 13개 총 39개.

제비꽃 딱 한 송이가 39개의 씨앗을 만들어 낸다.

꽃이 한 송이만 피는 게 아니니까 제비꽃 하나가 엄청 많은 씨앗을 만들어 내는 거다. 


제비꽃 씨앗은 아차 하는 순간 없어지기 때문에 씨앗을 얻으려면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비꽃 씨앗을 방에 들고 와서 관찰한다고 한참을 두었더니 갑자기 뿅 하며 씨앗 하나가 튀어올랐다.

제비꽃도 봉숭아 씨처럼 튀어 오르는지 깜짝 놀랐다.

한 개가 방바닥으로 날아갔는데 찾지 못했다.


남아 있는 씨앗들도 이리저리 튀어갈까 봐

종이에 싸서 지점토로 만든 고양이를 올려 두었다.

제비꽃 씨앗이 발이 있어 도망가니 잘 지켜라 하고.


찾아보니까 팬지는 9월 초쯤 파종하는 게 좋다고 한다.

제비꽃도 그런가?

내가 일부러 채종 하지 않았으면 그냥 땅에 떨어졌을 테니까 자연의 순리대로라면 지금 심는 게 맞는 건가?

봄이냐 가을이냐, 지금이냐.


어차피 나는 고민이 생기면 오래 걸리니까

나를 가만히 놔두면 가을이 오고 봄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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