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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Oct 23. 2022

심야버스


서울을 갔다 왔다 

서울에 가니까 무엇이든 많았다

사람도, 가게도, 외국인도.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뭘 선택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명동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내가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돌아올 때는 심야버스를 탔다

처음으로 심야버스를 타봤는데

두 시에 빈 휴게소에 내리거나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낯설었다 


차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사람들은 잠이 들었다

멀리 가로등과 간혹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

터널을 지날 때의 불빛이 전부였다

얼마쯤 지나서는 간혹 지나가던 차들도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을 때보다도 

더 고요하고 깜깜했다

꼭 밤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서울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심야버스의 그 느낌이 좋아서 다시 서울을 가고 싶다

앞자리로.

가는 건 말고 오는 버스만 탈 수는 없는 건가..


가끔 새벽에 잠이 깨이면 

그 시간 어딘가 달리고 있을 심야버스가 생각날 것 같다

11시 반에 출발했는데 

끝에서 끝이다 보니 도착하니까 새벽 세시였다

그래도 밤이라 빨리 도착했다 


조용하고 깜깜하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피곤하고 잠이 오는데  

새벽에 그 먼 거리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가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에 내려주고 

최종 도착지까지는 더 가야 하는데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기사님께 박수도 쳐주고 "와 정말 수고하셨어요! 진짜 감사합니다!"라고 해주고 싶었으나

박수치면 너무 이상하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말할 자신감도 없으니까 

그냥 조그맣게 감사합니다 하고 내렸다


심야버스 기사님도 존경스러웠는데

터미널에 내리고 나니까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님들이 계셨다

그런데 아무도 택시를 타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오다가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뒷자리 아주머니가 자리에 앉으면서 어두우니까

내 머리를 의자 머리인 줄 알고 짚었다

뭔가 웃음이 났다 


도착해서 동네 골목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굴뚝이가 집에서 나와서 꼬리를 흔들고 아는 척을 했다

새벽 세 시에

우리 집 개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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