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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방에 사는 여자 Aug 23. 2024

 오래된 집에서

아버지는 무채색이다. 얼굴은 뿌옇고

 흐리고 담배 냄새가 난다. 옆에 있어도 저만치 있는 것 같았던 아버지는 오래되고 낡은 집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뜰팍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웃고는 했다. 있었으나 없는 것 같은,  수숫대가 훤히 드러나 보이던 허름한 흙 벽 담장 같은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 존재의 고마움을, 사라지고 난 뒤에야 느낀다.

밤사이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함께 눈을 치우던,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을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 또한 온 생애를 살아 내었음을, 나는 이토록 어리석어서 묵묵한 그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된다. 회색의 흐릿한 아버지와 오래된 집.

아버지와 함께 넉가래로 마당 가득한 눈을 치우고 나면 등줄기에 절로 땀이 났다.

소매가  해지고 군데군데 담뱃불에 구멍이난

아버지의 잠바에선 담배 냄새가 났다.

1919,2,2  리우리츠 안데르센  링,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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