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열차 타고 사마르칸트로 출발!

by 움직이기

드디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땅에 있는 실크로드 도시 사마르칸트로 출발이었다. 나는 일반열차로 예매했는데, 타슈켄트 북역에서 우리나라 KTX격의 아프랍시압(Afrosiab)열차를 타면 두 시간 정도로 빠르고 편하게 사마르칸트에 도착할 수 있다.

이른 아침, 타슈켄트 북역에서 사마르칸트 행 열차를 기다리는 설렘이란! 나는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공항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아침시간에는 더욱 좋다. 온갖 들뜬 마음과 수선스러운 에너지가 공중에서 진동하는 것 같다. 입김이 살짝 나왔다. 아직은 쌀쌀한 타슈켄트의 아침,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의 글자들, 기분 좋은 백색소음들.



약간 낡았지만 아주 건실해 보이는 사마르칸트 행 열차내부. 순식간에 나는 광활한 대륙을 가로 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낭만과 로망스를 상상했다. 이 열차를 타고서 하바롭스크를 지나 이르쿠츠크에서 푸른 바이칼 호수를 본 다음에 백야의 상트뻬쩨르부르크까지 쭉 여행하는 꿈!

좌석은 2인 또는 4인이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서로를 마주보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2인 좌석과 4인 좌석이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었고, 칸막이에는 살뜰하게 여닫이문도 있었다. 대륙의 열차를 타고 이제 사마르칸트로 출발! 쉬익쉬익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고, 열차 길을 따라 내 마음도 콩닥콩닥 굴러가고 있었다.



태양 볕이 뜨겁게 기차를 달구기 시작했다. 내 자리에는 직사광선이 사정없이 내리쬐었다. 열을 받은 머리와 얼굴이 금세 뜨거워졌고 따끔대었다. 대륙열차의 낭만은 사정없이 후두리는 사막 땡볕에 맥도 못 추고 온데간데 없어졌다.

“Hello Miss! 커피? 그린티?”

“네? 정말 그래도 되요?”

“까녜이쉬나 (당연하죠)”


음료수 한잔 준다는 말에 세상 감동받은 한국 사람과 할비웃음을 짓는 두 분의 우즈벡 승무원님들. “뭐 이 정도 가지고 이렇게 세상 놀라고 고마워하는가 말이여. 그 나라에는 이런 것도 없는 겨?” 하시는 것 같았다. 우즈베키스탄 열차에서는 음료 서비스도 있었다. 이런 세상 친절한 열차를 다 보았는가.

승무원님은 내 앞에 녹차를 가져다 놓으셨다. 그 간결한 손동작이 진실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녹차를 한 모금 꿀꺽 들이키자 내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열차 내 음료서비스에 매우 감명 받은 나는 가방 안에 모셔두었던 소중한 커피믹스 봉지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커피라고 말씀드리며 그분들께 두 손 모아 공손히 드렸다. 그랬더니 무척이나 좋아하시면서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를 다 해주셨다.



중간 중간 역에서 들어오셨는지 커피나 차, 빵과 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소리를 내며 기차 안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잠에 취했는지 아니면 어쩌면 태양 볕으로 인한 현기증 때문인지 정신이 희미해졌다.

꿈같이 아득하게 들려오는 열차소리. 감미롭고도 아찔한 나른함이 몸을 감쌌다.

나는 정말로 머나먼 땅에 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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