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_진실하고 고유한 내 말, 내 몸짓을 하는 것

움직임을 잘 따라하고 수행할 줄 아는 것이 춤에서 가장 중요해 보여요.

by 움직이기

우리는 언어를 배웁니다. 언어를 모르면 마치 어린 아기처럼 마음속에 웅성거리는 욕구가 있어도 인식을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표현도 제대로 안 되지요. 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따라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하고, 내 표현을 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언어를 배우지요.

그렇듯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몸짓 표현이나 움직임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결국 나만의 몸짓을 하기 위함입니다. 즉, 내 표현을 위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의 표현에서 받은 영감을 나만의 방식에 적용하여 나의 표현을 일구어내는 계기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멋진 표현을 보다가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표현 자체에 사로잡혀서 나의 표현은 잊고, 남의 표현을 얼마나 잘 복사하고 따라 할 수 있느냐에 온 정신과 마음을 빼앗깁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그게 춤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자주 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표현하고 싶은지를 살피기보다는 제 눈에 멋져 보이는 다른 사람의 몸짓을 정확히 따라 하는데 한동안 몸과 마음을 온통 쏟아 부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멋진 춤 표현에 비하면 저의 동작 표현력과 수행력은 항상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더 열심히 따라 했습니다. 그런 멋진 몸짓을 잘 따라 할 수 있어야지만 제 실력 부족이 채워지는 것 같았고,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 자체를 춤에서의 목표와 가치로 삼게 된 것 같습니다. 기능인이나 기술자와 같은 마음이 되어서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히 잘 따라 하고 수행할 수 있느냐에 빠졌습니다.

자기 말하는 법은 내팽개쳐 버리고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열심히 따라 했습니다. 남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나의 생각보다, 나의 말보다 더 안전하고 뚜렷하고 효율적이고 확실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나의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들여다보지 않았고, 진짜 나의 말을 하려 할 때 요구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나는 아직 부족해.” 라는 생각으로 덮었습니다.

자기 말을 하는 것은 남의 말을 따라 하는 것보다 사실 훨씬 어렵습니다.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 진정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자기 말을 하려 할 때 요구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온전히 감당하기란 결코 수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진정 내 내면의 몸짓 표현이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진실하고도 열렬한 몸짓입니다. 남의 말을, 남의 몸짓을, 남의 표현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은 하나의 통과역이지 종착역이 될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자기 몸짓 표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과 과정으로써 이용할 수는 있지만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움직임을 잘 따라 하며 수행하는 것 자체를 춤의 가장 큰 목적과 가치로 두고서 춤 세계를 기능적으로만 접촉하고 다루며 나만의 고유성을 사장 시켜버리면 안 될 것입니다. 나만의 몸짓 표현을 탐구하려는 모든 시도와 노력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조악하더라도 진실하고 고유한 내 말, 내 몸짓을 하는 것이 번지르르한 남의 말 따라 하기보다 훨씬 가치 있고 힘이 있습니다.

고유한 자기 말을 하려 할 때 연계되어 요구되는 모든 과정 과정들은 나 자신을 춤추는 사람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것이 아름다움이고, 춤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