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Connecting the dots

by Sunny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17. 06. 26에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미래에 내가 싱가포르에서 4년이나 살게 될지 정말로 몰랐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은 결국 나를 지금 이곳으로 이끌어주기 위했던 것들인가? 결국엔 만족하고 잘 됐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지금의 인생을 예측하고 과거의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 어려움의 순간들을 원해서 겪은 것도 절대 아니었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두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로 왜 오게 됐냐고 묻곤 하는데 정말 나도 어쩌다 싱가포르에 오게 됐는지 신기하다. 싱가포르에 몇 년 전만 해도 관심도 없었다. 싱가포르에 오기 전 나와 싱가포르의 인연은 교환학생을 마치고 학교에서 들었던 국제 하계 학기 수업에서 2명의 싱가포르 아이들을 알게 됐던 것이 전부였다. 지금 매일 싱가포르에서 출근하고 있는 내가 참 신기하다.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만둘 순 없었다. '그만두고 뭐 할 건데?'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 진짜 이것저것 다 고민해봤다. 대학원을 갈까, 장기 해외봉사를 갈까, 홍보를 배우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볼까. 사실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어떻게든 직장을 그만둘만한 구실, 도피 수단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정부지원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희망 취업 나라를 싱가포르와 미국 중 고르라고 그랬다. 나는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갈 때도 그랬고 뭔가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선택지에는 반감이 들었다. 보나 마나 대부분 미국 가고 싶어 한다고 할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괜히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해외취업이라는 명분을 채워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때 마침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팅키 언니 블로그를 한참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자극을 받을 때였다 (팅키 언니는 여전히 멋있게 잘 지내시는 것 같다) 멋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점점 더 싱가포르에 가는 꿈을 그리고 있었다.

해외 취업 준비를 할 때 엑셀 파일에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적어놓고 매일 눈 감고 상상했다. 나중에 보니 그중에 꽤 많은 게 이뤄져 있어서 되게 신기했다. 예를 들면 엄마 아빠 싱가포르에 와서 내가 번 돈으로 관광시켜주고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다 이뤘다니 정말 신기했다. 그땐 그냥 막연히 꿈꾼 일이었는데 사람은 진짜 꿈꾸는 데로 살게 되더라.


자신은 없었다. 나는 이루지도 못할 계획을 야무지게 세우는 걸 좋아한다. 만약에 싱가포르 취업이 안되면 뭘 할지 플랜 B를 세워놨었다. 친구가 추천해준 공기업이나 내가 쓰고 싶은 공기업에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험 준비를 해서 들어가야겠다 생각했다. 기간 별로 뭘 하고, 어떤 걸 알아보고, 어느 정도 준비해야지 계획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취업이 됐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도무지 계획한 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그리고 다행히도 계획대로 돌아가질 않아서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1.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건 조언일 뿐 그걸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다음 직장이 정해진 다음에 직장을 나오지 않았다. 1년을 채우고 나오는 게 좋다는 조언도 따르지 않았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것도 중요하다. 그때 마침 우리 회사에서 한국 사람이 급하게 필요했다. 비자도 지금보다 잘 나올 때였다. 결과적으로 내가 마침 지원한 게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시기였다. 나는 그때 한국에서 전 세계에 지원서를 뿌릴 때라 연락이 잘 오지도 않았다. (한국 주소지면 연락이 잘 안 온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만약에 1년 채운답시고 꾸역꾸역 회사 다니고 지원 시기를 놓쳤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복지도 좋고 근무환경이 쾌적한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었을까? 내가 잘 됐으니까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해보세요!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새로운 인생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리스크는 안고 가는 것 같다.


2. 항상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들 조언이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3. 세상은 정말 넓기 때문에 무엇 하나를 기준으로 개인의 행복 순위를 예측할 수 없다. 한국에서 정형화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순 없다. 적어도 해외를 나가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안고 가야 하는 어려움과 동시에 그만큼 자유로워진다. 다른 기회를 갖고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부딪히는 만큼 더 성숙해진다. 지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고 해도 명문대 가지 못한 사람들 모두가 절대 불행하게 살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 영어를 못해서 원하는 포지션에 취업을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러란 법은 없다.

다만 그 모든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구태의연한 얘기 같은데... 예전엔 나도 증거가 마땅히 없으니 딱히 얘길 하질 못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지금까지 너무 많이 봐왔다. 이게 뭐랄까... 사람의 행복은 아주 복합적인 이유들로 좌우된다.

인생의 군상은 정말로 다양하다. 우리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아요. 현재 상황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불안해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요. 다들 SNS에 행복한 모습을 올려서 그렇지. 살면서 힘든 일 없었던 사람 누가 있겠어요?

누구도 우리의 인생이 잘못됐다고 말하게 놔두지 맙시다! 내 소중한 인생 잘 살아서 스스로 증명하면 된답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 결국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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