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을 고려한다면 영어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모두가 예상하듯이 영어는 당연히 중요하다. 실제로 해외 취업할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직한 뒤 내가 가장 충격받았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싱가포르 내에서의 취업은 한국인들과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있다.
영어라면 나도 나름 자신 있는 편이었다. 어릴 때 조기유학이나 해외에서 대학을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학부 시절 핀란드에서 2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했다. 가기 전에도 교환학생에 응시하기 위해 토플 시험을 공부했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했다. 핀란드 교환학생 전후로 영어 공부에 집중하여 투자한 결과 영어실력이 스스로 많이 늘었다고 자부했다. 교환학생 직후 별다른 준비 없이 치른 토익 시험에서는 940점을 받았다.
해외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한국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땐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게 영어를 잘하거나 혹은 ‘더’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위기의식을 갖고 싱가포르에 와서 오히려 더 끊임없이 영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영어를 못해도 해외 취업을 할 수는 있지만, 할 수 있는 직무가 한정된다. 한국인만 상대하거나 업무에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일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영어는 사실 쓰면 쓸수록 늘고, 안 쓰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음 > 한국어만 필요한 업무에 투입됨 > 영어를 쓸 일이 없음 > 영어 실력이 안늚 (악순환 반복)
- 영어 실력이 좋음 > 영어가 필수인 업무에 투입됨 > 영어를 매일 써야 함 > 영어가 계속 늘 수밖에 없음 (선순환의 반복)
영어 실력이 부족함에도 업무를 맡긴 후 영어가 는다면 좋겠지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지금은 이미 영어 실력이 출중한 한국 사람들이 해외 취업에 많이 도전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많은 경우 한국 사람들은 Korean Speaker라는 명목으로 채용이 되고 비자가 나온다. 그렇지만 사실 Tech 회사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그러다 보니 보통 한국어 외에도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우선 채용해서 다른 마켓을 같이 담당하도록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근무했던 팀의 경우 업계 특성상 한국 시장 비중이 매우 작았다. 우리는 주로 APAC 영어 고객들을 담당했는데 나의 경우 한국어 담당으로 채용됐지만, 한국 고객의 비중은 전체 100%에서 3%도 되지 않았다. 하루 중 97%는 영어로 호주, 싱가포르, 인도 등 전 세계의 고객과 영어로 소통해야 했다.
새로운 팀원을 뽑을 때 역시 이 친구가 영어로 업무를 볼 수 있는가? 가 중요한 채용 기준이었다. 당장 한국 마켓이 성장할 가능성도 극히 미미할뿐더러, 딱히 따로 시킬 수 있는 업무가 마땅치 않았다.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은 바로 채용 우선순위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