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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n 26.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행복한 점심시간

"저는 몸에 좋은 것을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몸에 나쁜 것을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가수 박진영이 그의 건강관리 비법을 묻는 아나운서의 말에 대한 대답이다.


거의 매일 흄과 그라인드 소음으로 목은 칼칼하고 귀는 멍멍하다. 아침을 거르지 않고 먹는데도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허기로 가득 찬다.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 가까이에 있는 식당으로 가지 않고 좀 떨어져 있는 특수선 식당으로 간다. 그 식당 반찬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 야드 식당이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음식을 만드는데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C는 나보다 더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그녀는 회사에서 밥 먹는 것이 행복해서 출근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오늘 사이드 메뉴는 뭐야?"

"상추"

C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한다.

나도 덩달아 박수를 치면서 좋아한다.

우리는 둘 다 상추를 좋아한다. 상추가 나오는 날은 큰 그릇에 가득 담아가서 다 먹어 치운다.

"점심시간은 참 행복하다. 영양사가 골고루 챙겨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니....."

"맞다. 끼니 챙기기가 얼마나 힘든데. 난 남이 해 주는 음식은 다 맛있더라."

"오늘 상추 많이 먹어서 졸음 엄청 오겠는데...ㅎㅎㅎㅎ"

나와 C는 점심시간만큼은 느긋하게 천천히 먹는다. 되도록이면 현미밥을 먹는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한다.

C는 오늘도 현미밥 먹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 준다. 작년 여름휴가 때 지인을 따라 수원에 있는 유명 한방병원에 가서 배웠다고 한다.

"언니야. 현미는 소화가 안 되니까 꼭꼭 오래 씹어서 먹어야 해. 반찬이랑 같이 먹으면 밥이 빨리 넘어가 버리니까 밥이랑 반찬을 따로 먹어야 해."

그렇게 먹으니 밥이 무척 고소했다.

나는 티브이나 책에서 말하는 건강에 관련된 정보는 되도록이면  지키고 실천하는 편이다.

점심시간이 유난히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봄, 가을은 일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여름은 푹푹 찌는 더위를 이겨내야 하고 겨울은 손, 발이 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식당은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힐 수 있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으로 몸을 녹일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수다를 떨면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니야 내일은 분식당으로 가자. 언니가 좋아하는 메밀국수다."

특수선 분식당에서 가끔씩 먹는 짬뽕, 짜장면, 콩국수, 메밀국수는 그 맛이 일품이다.

밖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집에 가서 먹어도 이런 맛은 찾기 힘들 정도다.

다음날 점심시간.

메밀국수다.

분식당의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다.  꿀맛이다. 오늘은 야채튀김도 곁들여 주었다.

야채튀김 또한 별미다. 매일 밥만 먹으면 지겨울 텐데 가끔 이렇게 별미를 먹을 수 있으니 외식을 할 필요가 없다.

점심시간은 맛있는 행복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 코너로 갔다. 오늘의 후식은 대추차다.

"언니야 우리 오늘부터 후식 먹지 말자.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달달하잖아."

순간, 라이오스타에 출연하여 말한 박진영의 건강관리 비법이 생각났다.

"그래 맞다. 먹지 말자. 보약은 못 먹어도 몸에 안 좋은 것은 먹지 말아야지."

그날 이후로 우리는 후식으로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

맹물이 최고다.


공공연하게 떠도는 말이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현대로 가고, 밥을 맛있게 먹고 싶으면 삼성으로 가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으면 대우로 가라. 는 말이다.

나는 현대는 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삼성이 밥이 잘 나오기는 하다. 그러나 내 입맛에는 대우 밥이 맛있다.

삼성은 잘 차려진 식당밥이라면 대우는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집밥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이렇게 매 끼니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는 그분들께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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