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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n 20.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내 삶이 빛나는 이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매일매일 그날에 충실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를 위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낼모레면 60인 지금도 내 삶은 건강하고 흥미로우며 활기차다.

욕심이 작으면 작을수록 인생은 행복하다고 톨스토이는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42세에 빈털터리가 되어 한 번도 가 본 적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는 거제도의 한 조선소에 취직을 했다. 이때 난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내가 동경했던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마저 들었다.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의 조경이 너무나 멋져서 감탄을 했고 넓고 웅장하게 펼쳐진 야드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이 힘들다고 하는 데 나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꿈꾸었던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창원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새겨진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는데 이제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께 자랑했다.

"아버지 저 삼성중공업에 취직했어요." 

하청업체라는 단어는 싹 빼버리고  말했다. 아버지도 기분 좋아하셨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당당하고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나이가 든 지금도 내가 조선소 현장에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실 것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환경 자체만으로도 힘든 곳이지만 조선소는 장점이 많았다.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주었고 세탁도 해 주었으며 샤워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돈 모으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회식을 자주 시켜주니 굳이 외식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에는 저축만 했다. 생면부지의 거제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창원으로 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거제가 마음에 들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시간만 나면 창원으로 갔는데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었다. 거제에서 창원으로 들어서면 공기 질부터 달랐다. 텁텁하고 탁한 공기가 싫었다. 반대로 창원에서 거제로 들어서면 바람과 공기 냄새부터 달랐고 무엇보다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거제에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작은 평수지만 배산임수의 아파트를 싼 가격으로 분양받았다.

이 집을 마련하고부터 내 삶의 질이 달라졌다. 나도 이제 재산세를 내는 사람이 되었으므로  자존감이 높아졌고 부러울 것이 없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은 나의 집은 출근하자마자 돌아가고 싶게 만들었다. 코로나 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된 지금 내 집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거실에 누워서 밤하늘 별을 볼 수 있고 바다를 배경으로 쏟아지는 비를 감상할 수 있으며 테라스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은 현재 부산에서 살고 있다.

자녀는 가르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고 보는 대로 산다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는 것이다. 나는 노동으로 우리 5남매를 잘 키워 주신 부모님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노동으로 나를 지키고 두 아이를 잘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지켜본 두 아이는 적당히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노력해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남은 나의 버킷리스트는 에세이집 한 권과 소설책 한 권을 출간하는 것이다.

에세이는 휴일에 틈틈이 쓰고 있다. 뼈대는 다 썼다. 다듬고 덧붙이면 된다.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다. 힘든 조선소 일을 별로 힘들다는 생각 없이 해내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든다. 우리 회사 화기 감시자 중에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그래도 다른 화기 감시자가 가기 싫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곳에 다 간다. 나에게는 똑같은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체력이 따라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릴 때는 뛰노는 것을 좋아했고 성인이 되었을 때는 체육관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회사 다니면서는 틈틈이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돈 부자도 되고 싶지만 근력 부자도 되고 싶다.

십원도 물려받은 것 없이 오롯이 나 혼자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준 것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 자신의 욕망을 쫒아라' '꿈을 꾸고 전진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처한 현실을 위해 노동에 충실하면서 살았다.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어야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 즉 꿈을 위해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과 절약과 주식투자로 내가 원하는 수준의 노후준비는 가능해졌다.

낼모레면 60이다.

내 삶은 이제야 빛나기 시작했다.

30대나 40대에 빛나기 시작해야 할 삶이 이제야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건강과 체력관리를 잘해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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