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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n 20.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인사만 잘했어도

"아줌마 저 작업자도 아줌마가 봐요."

다소 억압적인 말투다.

"네"

나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답했다.

이 선주 감독관은 매일 엔진룸에 본인의 업무 수행을 위해 왔다.

어느 날.

"아줌마 왜 작업시간에 앉아 있어요?"

아주 강압적인 말투다.

그날은 취부가 끝난 상태였고 용접사 두 명 중 한 명이 결근하는 바람에 나는 작업자 옆에 앉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화기 감시다.

취부사와 용접사가 작업할 때 불이 나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이다.

나는 화기 감시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항상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작업자가 일을 하기 전에 미리 현장을 둘러보고 가연물을 제거하고 불씨가 떨어질 것 같은 곳은 불받이를 완벽하게 한다. 틈틈이 고생하는 작업자를 위해 주변을 청소하기도 한다.

"작업자가 이 사람뿐이어서..."

갑자기 선주 감독관이 큰 소리를 치면서 말했다.

"아줌마 한 번만 더 앉아있는 거 내 눈에 띄면 바로 내 배에서 퇴출시킬 겁니다. 내 배에서 일 못하게 할 거니까 앞으로 잘하세요."

"예.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앉아 있지 않겠습니다."

나는 용서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일과시간에 앉아 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힘들어도 서 있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둔 상태였고 나에게 그렇게 퍼붓고는 우리 회사 소장에게 사진을 보냈다. 나는 또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했고 명심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 일이 있은 지 일주일 후 원청에서 우리 회사로 메일을 보냈다. 그 선주 감독관은 사진을 원청 부서에도 보낸 것이었다.  나는 또다시 용서를 구해야 했다.

내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한 사람은 담당 반장이었다.

언제나 우리 반원을 믿어 주고 나름의 고충을 알아주는 반장이 반원 관리를 못한 욕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체력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 벌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뒤늦게야 후회를 했다. 매일 엔진룸에서 마주치는 그 선주 감독관에게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갈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일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나의 처세는 지금부터라도 바꾸면 직장생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사는 원만한 대인관계의 시작과 끝이라고 하는 글귀가 더욱 생생하게 기억났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질환이 있다. 바로 하지정맥류다. 그래서 노동자가 불편한 자세로 일할 때 하반신에 걸리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의자를 주고 있다.

직원의 피로는 부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사고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나는 그 선주 감독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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